미준수 사유 등 실태 파악 없이 최후의 수단 남용… 실효성도 의문영세사업주만 공개 대상 불가피… 탁상행정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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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에도 나설 방침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주 반발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세업자만 옥죄어 범법자로 낙인찍는 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5일 고액·상습 임금체납 사업주 198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326명은 대출 제한 등 신용을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고용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도 명단 공개와 신용 제재 대상에 포함하게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은 이미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기준일 이전 3년 이내에 최저임금 미달로 법원의 유죄가 확정된 경우 명단을 공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신용제재는 3년 이내 2회 이상 유죄로 확정되면 가한다는 내용이다.
사용자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한 관계자는 "(지난해)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이 13.6%였다"며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는 좁은 데 업종별·지역별 차등 없이 (최저임금을) 높게 책정하다 보니 이를 못 지키는 편의점·피시방 등 영세사업자가 많다. 그 많은 위반 사업주를 어떻게 공개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현장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감독관들이 밥 먹고 위반 사업주 찾는 일만 해도 (일손이 부족해) 안 될 일"이라고 탁상행정을 꼬집었다.
정부가 최후의 수단을 남용해 영세업자만 옥죈다는 지적도 있다.
경총 관계자는 "영세업자의 80%가 10인 미만 고용 사업장이다. 공개 기준을 그 이상으로 잡더라도 사업주의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을 지킬 수 있게 계도하는 게 먼저인데 정부는 마지막 수단부터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담배꽁초를 버리다 과태료를 문 사람 중 대부분은 '재수 없어 걸렸다'는 생각을 하는 게 현실"이라며 "제재부터 하겠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부연했다.
경총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2가지 측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외 없이 단번에 16.4%를 인상한 것과 인상분 일부를 세금을 투입해 지원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은 1인당 13만원을 지원하는 것인데 지원금을 받으려고 4대 보험에 가입하는 비용이 그보다 더 드는 실정"이라며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내년에 다시 높은 수준으로 올리면 충격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계도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며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태도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최저임금 준수에 관해 계도 활동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며 "실효성 문제는 공개나 제재 요건을 엄격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 집행 과정을 통해 사업주 인식을 개선하고 (법 준수 분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