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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건설 본사. ⓒSK건설
연초부터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수주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SK건설과 ㈜삼호는 대전에서 재건축 수주 마수걸이에 나섰다. 양사는 오는 20일 '중구 중촌동 1구역' 시공사선정을 앞두고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대전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e편한세상'이 주름잡고 있는 가운데 SK건설이 가구당 1000만원의 이사비 지원 카드를 들고 나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 중구 중촌동 1구역 재건축은 500가구 규모의 중촌주공아파트를 모두 허물고 새로 짓는 사업으로, 계획대로 진행되면 지하 2층~지상 33층 총 782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대림산업 계열의 ㈜삼호와 시공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건설은 오는 20일 시공사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이사지원비로 가구당 1000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100만원을 제시한 삼호보다 10배 많은 액수로, 대전에서 진행했던 정비사업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SK건설은 최고 수준의 이사비를 지원할 만큼 이번 주수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재건축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사비 퍼주기' 논란이 무술년에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강남에서 시작된 고가 이사비 논란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시공사선정 과정 중 입찰부터 홍보·투표·계약으로 이어지는 전 단계에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소강상태를 맞는 듯 했다.
건설사들 역시 정부 정책에 호응해 도시정비사업에서의 공정경쟁을 도모하는 '자정결의 대회'를 열어 과도한 이사비·이주비 등 양적인 경쟁을 중단하고 질적 경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마련한 제도가 아직 시행되지 않으면서 파격 조건을 제시한 건설사가 시공권을 따내는 형태가 반복되며 시공사들의 이사비 퍼주기 경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해 말까지 새로운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안을 행정예고하고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업계 의견 청취와 유관 기관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며 아직 시행일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지난 2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정안'을 행정예고했고, 오는 22일까지 의견수렴을 진행키로 했다.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면 다음달 고시와 함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보다 10배 높은 이사비를 제안한 SK건설은 반대로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공사비를 삼호보다 높게 책정했다. SK건설의 공사비는 3.3㎡당 429만8000원, 삼호는 396만원으로 SK건설의 공사비가 삼호보다 120억원, 가구당 2721억원이 더 많은 셈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높은 공사비 책정은 아파트 명품화와 입주민을 위한 특화설계를 감안한 것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면서 "높은 금액의 이사비 지원 역시 SK건설이 이번 수주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건설사와 비교했을 때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경쟁할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크지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파이팅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시장을 계속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호 관계자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공사비에서 약 120억원, 가구당 2721만원의 분담금 차이가 난다"면서 "대전지역에서는 e편한세상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고, 대전지역 재건축 현장의 공사비 평균이 400만원 이상인데, 적정 공사비로 입찰에 참여한 만큼 반드시 중촌동 1구역에서 시공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반포발 고액 이사비 논란으로 건설업계 내부에서 자정노력이 있었고, 조합원들도 이사비와 공사비 내역을 살펴보면 판단이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지역 재개발·재건축사업 중 다수가 올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사업은 총 48개로 이 중 29개 사업이 추진 중이고, 재건축사업은 총 33개 중 절반가량인 17개가 추진 중이다.
대전지역은 노후 주택이 많지만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한 탓에 신규공급이 거의 없다. 하지만 새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고, 문재인정부가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