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풀, 세탁기 이어 '냉장고' 공격 가능성"피해 최소화 선제적 대책 마련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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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으로 국내 전자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해졌다. 특히 미국에서 연간 300만대의 세탁기를 판매하는 삼성과 LG전자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양사가 입을 피해는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전문가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정부차원의 대응과 함께 타산업으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제를 제기한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세탁기를 넘어 냉장고로 덤핑 이슈를 확대할 경우 피해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함에 따라 꼼짝없이 3년간 당하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소나기를 맞아야한다"며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다른 산업 또는 다른 품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라 우려했다.월풀은 2011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삼성과 LG전자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하지만 ITC가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미국에서 판매되는 양사의 냉장고는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생산되고 있다. 프렌치도어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멕시코와 베트남에서 만들어지는 구조다. 때문에 월풀이 세탁기와 같이 냉장고에 덤핑 이슈를 적용할 경우 세이프가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월풀은 세탁기와 함께 냉장고에서도 삼성과 LG전자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삼성·LG전자 냉장고는 현재 북미시장 1·2위를 기록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2014년까지 월풀(14%)과 비슷한 점유율을 보였던 삼성(13.7%)· LG전자(14.4%)는 이듬해인 2015년부터 급격히 성장해 지난해 3분기에는 22.1%, 18.2%까지 점유율을 확대했다. 반면 월풀은 전체 냉장고의 14.3%만을 점유하며 3위로 밀려났다.이같은 상황에 대해 정인교 교수는 "다른 품목으로 세이프가드 발동이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경우에 따라 수출량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박이 거센 만큼 '소나기는 일단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미정책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IT금융학부 특임교수는 "미국공장 건설, WTO 제소 등 다양한 대응책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오 교수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가 세이프가드 발동을 막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두 나라 정상이 만나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막지 못했다"며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냉혹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정공법을 구사해 국제사회의 동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 업체들의 불법성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WTO 제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발동에 적극 대응해야한다는 것이다.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월풀이 지적하는 한국업체들이 덤핑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굉장히 빈약하다"며 "WTO 제소를 적극 활용하는 정공법으로 대응해야한다. 우리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한편 트럼프 정부의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해 월풀은 "이번 결정은 미국인 근로자들과 소비자들을 위한 승리"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근로자들이 외국 경쟁사와 공평한 경기장에서 경쟁하도록 보장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