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까시마이 인수·합병 발표… 정유경 총괄사장 책임 경영 본격화한 후 첫 사례
시코르 편집숍 및 강남점 리뉴얼, 면세점 명품 유치 등 새로운 변신 거듭 시도
  • ▲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공준표 기자
    ▲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공준표 기자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존재감이 새해 벽두부터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에만 한정했던 사업 부분을 인수합병(M&A) 및 편집숍까지 넓히면서 영토확장과 동시에 호실적을 거둬들이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리뉴얼, 뷰티 편집숍 시코르, 면세점 사업 확장, 가구 전문 기업 까사미아 인수 등 신세계백화점의 사업 영역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각종 규제 및 입지 제한 등의 영향으로 백화점 확장이 둔화를 보이는 가운데, 기존 매장을 리뉴얼해 변화한 트렌드에 맞추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신규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지난 24일 발표한 신세계의 까사미아 인수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신세계 내 제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인수로 신세계는 기존 패션(보브, 스튜디오 톰보이, 코모도 등)과 뷰티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에 가구업체를 총괄하는 '홈 토털 라이프스타일'까지 제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신세계는 우선적으로 전국 13개 백화점과 그룹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까사미아 신규 채널을 확대하고, 동시에 로드샵 전략도 펼쳐 동업계 수준의 매장 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두 상권 중심의 72개 매장을 향후 5년내 160여개 점으로 2배 이상 늘리고 신규 매장의 성격도 '플래그쉽', '로드숍', '숍인숍' 3가지로 세분화해 상권 규모에 맞는 출점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지난 2015년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의 책임 경영을 본격화한 후 첫 사례인 만큼 향후 공격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신세계백화점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 ▲ 강남에 오픈한 시코르 매장. ⓒ공준표 기자
    ▲ 강남에 오픈한 시코르 매장. ⓒ공준표 기자


    이 같은 정유경 총괄 사장의 전략은 까사미아 인수합병뿐만 아니라 뷰티 편집숍 '시코르'에도 공통되게 추진되고 있다.

    시코르 편집숍은 백화점 화장품은 '비싸다'라는 인식 때문에 젊은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강남 한복판에 만든 매장으로 20~30대 젊은 여성이 주요 타겟이다.

    20~30대가 즐겨찾는 올리브영 강남본점이 불가 약 90M 거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세계백화점이 작은 백화점을 내걸고 형태 변신을 시도하면서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정 총괄사장의 전략은 백화점에 한정된 사업이 아닌 다양한 방법의 영토 확장을 통해 신규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기존 백화점은 대규모 리뉴얼 작업을 통해 고객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리뉴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영업면적을 기존 1만6800여평에서 60% 확대한 2만6200평으로 확장했고, 브랜드도 350개를 추가해 1000여개로 늘렸다. 여기에 기존 '브랜드 중심'에서 탈피해 '상품 중심'의 편집매장 형태로 바꾸는 등 변화한 트렌드에 맞춤형 매장으로 선보였다.

    그 결과 리뉴얼 오픈 1년 만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 특히 강남점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4대 전문관(슈즈, 컨템포러리, 생활, 아동)의 경우 슈즈 41.8%, 컨템포러리 36.2%, 생활 49.1%, 아동 38.8% 증가했다.

    정 총괄사장의 전략이 성공하면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1조662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40여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켰던 롯데백화점 본점(1조6410억원)을 꺾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롯데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 총괄사장의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 신세계면세점에 들어선 캐릭터샵. ⓒ진범용 기자
    ▲ 신세계면세점에 들어선 캐릭터샵. ⓒ진범용 기자


    정 총괄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신세계DF(면세점 사업 부분)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면세점의 꽃으로 불리는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을 최근 모두 품으면서 국내 점유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관세청 및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실이 발표한 2017년 면세점별 연 매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3%에 불과했던 신세계의 점유율은 2014년 3.1%, 2015년 3.8%, 2016년 7.8%, 지난해에는 (1월~11월) 12.6%로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2013년 52.3%, 2014년 50.8%, 2015년 51.5%, 2016년 48.7%, 지난해에는 (1월~11월) 41.8%로 하락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인수합병 및 편집숍 전략은 한계에 봉착한 백화점 사업 부분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며 "백화점 같은 무거운 사업은 고객들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운데 이 부분에 정답에 가까운 파훼법을 들고나온 것 같다. 향후 신세계가 이러한 형태의 다양한 변신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