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국회 바람막이 삼아 지정 피할 듯 의사결정 지연-WTO제소 우려 불구 지정 가능성 우세

  • ▲ KBD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공기업 지정을 둘러싼 운명의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  뉴데일리
    ▲ KBD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공기업 지정을 둘러싼 운명의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 뉴데일리


KBD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공기업 지정을 둘러싼 운명의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기획재정부는 산은과 수은이 공기업 지정 요건을 충족한만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현 기타공공기관 지위에서 공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산은·수은이 지원하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이뤄질 때마다 이사회를 개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매 의사결정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또 기업지원을 둘러싼 통상 마찰까지 예상된다. 

산은·수은은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고 있지만 강경한 뜻을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주요 의사결정을 앞두고 산하기관이 정부의 결정에 맞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 공운위, 29·1일 개최 유력… 산은·수은 운명의 날 

2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신규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회의가 내주에 열리는 것은 맞지만 국회일정에 따라 정확한 날짜는 다음주가 돼야 확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30일로 예정됐던 이 회의는 이날 국회 본회의가 잡히면서 변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본회의에 참석한다면 같은날 공운위를 개최하기 어렵다. 또 31일과 2일에는 각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어 다음주 중 회의가 자유롭게 열릴 수 있는 날은 29일과 1일 뿐이다. 

기재부 내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강원랜드, SR 등을 공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 2009년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됐던 금융감독원을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공기관은 직원규모, 수익의 성격 등에 따라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된다. 공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기타 공공기관보다 까다로운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 은성수 수출입銀 "기업 지원해야 하는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현재 기타공공기관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매 사업마다 이사회 승인이 필요해 일처리가 지연되고 사업 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입장을 표명하는데 있어선 두 국책은행 모두 조심스럽다. 

은성수 수은 행장은 24일 기자간담회서 "기업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타공공기관) 형태가 맞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수은이 정부 출자기관이긴 하지만 기업 지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최근 수은은 국책은행 최초로 임원추천위원회와 준법감시인제도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했다. 산업은행 역시 채용비리 없이 운영되고 있는만큼 기관의 독립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 은성수 수은 행장은 24일 기자간담회서
    ▲ 은성수 수은 행장은 24일 기자간담회서 "기업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타공공기관) 형태가 맞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수출입은행


  • 정부의 공기업 재지정에 방아쇠를 당긴 금융감독원 기타공공기관 지정은 국회 정무위가 제동을 걸면서 오히려 멈짓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직원이 암호화폐 대책 발표 직전 이를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둔데다가 채용비리까지 겹치면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가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은 실익을 찾기 어려운 중복규제라고 크게 반발하면서 유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금감원과 국책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에서 하나씩 내용을 뜯어보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운위 회의 당일날 논의가 중요해졌다"면서  "공운위원들이 세부적인 내용들을 각각 제시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