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먹구름에 총수 부재까지… 5년도 장담 못해""M&A, R&D 등 투자 기회 상실… 가장 큰 위험요소"
  • ▲ 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 비중이 65%를 넘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DB
    ▲ 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 비중이 65%를 넘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DB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5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애플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제조업체가 됐다. 글로벌 IT기업 페이스북(20조6800억원)과 비교해서도 2배 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9조5800억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거뒀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9일 발표한 잠정실적(매출 239조6000억원, 영업이익 53조6000억)과 비교해 매출 200억원 축소, 영업이익 5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년새 18.68%, 83.46%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매출 65조9800조원, 영업이익은 15조15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호실적의 배경에는 반도체 사업의 폭발적인 수익성이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지난해 35조200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체 수익의 65%를 견인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반도체 사업의 높은 비중을 의식한 듯 "언제라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마냥 기뻐할 순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호황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데다 총수 부재에 따른 미래사업 준비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체할 미래먹거리 부재

    삼성전자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전세계 2위로 기록됐다. 1위는 미국의 애플(65조5600억원)로 삼성전자보다 13조원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3위를 기록한 미국 알파벳(39조3500억원·추정실적)에는 26조원 이상 앞서면서 확고한 2위 자리를 지켰다. 아시아에서는 삼성전자와 비교할 기업이 없을 정도다.

    최대 실적의 일등공신으로는 반도체 사업이 꼽힌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격히 늘어났다. D램(DDR4 4Gb 512Mx8, 2133MHz)과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는 1년새 각각 80%, 23% 비싸졌다. 메모리 1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호황이 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실적 상승세가 잦아들 경우 언제라도 글로벌 2위는 물론이고 매출과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을 포함한 일본, 미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반도체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걱정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를 대신할 미래먹거리가 확보돼야 한다"며 "인공지능, IoT, 로봇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5년 앞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멈춰버린 M&A…총수 빈자리 내우외환

    삼성전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는 총수 부재에 따른 공격적인 투자 기회 상실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체제가 들어선 뒤로 다양한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에 나섰다.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016년 11월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끝으로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투자는 1년 이상 중단된 상태다. 이 부회장과 최고경영진들이 국정농단에 휩쓸리면서 사실상 미래준비는 멈춘 상태다.

    상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이자 경쟁사인 퀄컴은 차량용 반도체 1위 업체 NXP 인수를 코 앞에 두고 있다. 반도체 4위 업체 브로드컴 역시 퀄컴 인수를 타진하면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앞세운 중국업체들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움직임은 빠르다. 국내 경쟁사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업체들의 노골적인 견제가 이어지면서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반도체, 냉장고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이미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고조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최첨단 산업에서도 경쟁사들의 견제가 위협적인 수준에 왔다"며 "5년, 10년 뒤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먹거리 발굴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