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 매출 5조원 돌파·삼성물산 영업익 14배 증가 등 실적 증가세GS건설·현대건설 등 환차손에 순이익 절반 이상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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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아파트 건설 현장. ⓒ성재용 기자
대형건설사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대체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산업개발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넘어섰으며, 대우건설은 KDB산업은행에 인수된 뒤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영업이익이 14배 이상·GS건설은 2배 이상 뛰었으며, 대림산업도 순이익이 74%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말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환 평가손실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9일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 현대산업개발은 매출 5조3586억원·영업이익 6461억원·순이익 41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12.8%·영업이익 24.9%·순이익은 25.0% 증가했다. 특히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으며, 영억이익도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지속적인 분양 호조와 신규주택사업 매출 비중 확대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림산업은 매출 12조3325억원·영업이익 5468억원·순이익 511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25.1%·영업이익 30.3%·순이익은 74.3% 증가했다. 국내 주택사업 호조 지속과 삼호의 연결 편입, 대림에너지·DSA(사우디아라비아 시공법인) 등 연결종속회사의 흑자전환에 따라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우건설은 매출 11조7668억원·영업이익 4373억원·순이익 26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6.0% 증가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흑자전환한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010년 산업은행이 지분을 인수한 이후 최대 호실적이다.
삼성물산(건설 부문)은 매출 11조9830억원·영업이익 50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7.48%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이 1473% 뛰었다. 대형 프로젝트 준공 등으로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수익성 중심의 전략에 따른 수주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GS건설은 매출 11조6798억원·영업이익 31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5.8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배 이상인 123% 늘어나 수익성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 다만 순손실이 1534억원 발생했다. 사우디 등 해외현장에서 기타비용 5157억원이 발생하면서다.
현대건설은 매출 16조8544억원·영업이익 1조118억원·순이익 37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 -10.5%·영업이익 -12.7%·순이익 -48.8% 각각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6%대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른 환관련 평가손실 반영으로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택시장 호황과 해외 대형 프로젝트 본격화가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건설현장에서 미수금 문제가 해결됐고, 장기간 미뤄졌던 해외 프로젝트 준공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지난해 연간 실적은 최근 2~3년간 주택시장의 호황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처럼 대형사들의 연간 실적은 양호했지만, 4분기 영업이익은 원화가치 급등에 따른 해외부문 원가부담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GS건설의 경우 2011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거둬들였으나, 동시에 15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GS건설의 4분기 외환 관련 평가 손실은 790억원 수준이다.
GS건설 측은 "지난해 순손실 전환은 환율 변동 폭이 큰 탓이었다"며 "사우디·베트남 법인에 준 대여금에서 환평가 손실이 난 것은 사실이지만, 사우디의 대여금 채권의 경우 이미 대손 처리돼 실질적으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3년 연속 '영업익 1조 클럽'을 달성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3743억원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건설 측은 "연말 환율 급락에 따른 외화 환산 손실 반영 때문에 순이익이 줄었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건설의 외환 관련 평가 손실은 4분기에만 1100억원에 달한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달러당 1162원을 기록했지만, 10월31일 1119.5원으로 떨어진 이후 11월16일 1100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4.6% 떨어졌다.
원화가치 강세 즉 환율 하락은 건설사들에 악재다. 계약금을 외화로 정했을 때 원화가치가 오르면 장부상에서는 원화로 바꿔 계산돼 수익성이 나빠진다. 또 국내 건설사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직결돼 자금력을 등에 업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경쟁업체들과의 수주경쟁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 중에서도 해외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은 원화 강세로 인한 원가 압력 등 환손실 가능성이 예상됐다"며 "저가수요 후유증에서 벗어난 건설사들이 올해 적극적인 해외수주에 나서겠지만, 해외 매출이 늘어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