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주기적 손실, 실적 불안정성 확대"신평사들, 시공·프로젝트 관리능력 재평가
  •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 DB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 DB


    갑작스레 불거진 우발채무로 매각이 무산된 대우건설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했다. 매각 가능성은커녕 시공능력과 사업관리능력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이 대두될 정도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 4분기 잠정실적은 매출액 2조9146억원·영업손실 1432억원·세전손실 1934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영업이익 목표인 7000억원을 대폭 상회하는 실적이 기대됐지만, 4분기 어닝쇼크와 함께 연간 영업이익은 4373억원으로 마무리됐다.

    국내주택과 건축부문의 양호한 수익성이 유지됐음에도 이라크 Akkas CPF 타절에 따른 매출감액, 모로코 Safi IPP 추가원가 투입(약 3000억원) 등 해외부문 손실반영이 이뤄지면서 시장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

    주요 손실 프로젝트는 Safi IPP로 2014년 9월 착공한 도급액 1조9819억원 규모 석탄화력발전소다. 오는 7월 완공예정으로 1호기 시운전을 진행 중이었으나, 시운전 중 고압급수가열기 튜브 손상이 발생함에 따라 기자재 재제작과 그에 따른 공기지연 등으로 인한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손실을 일회성으로 보면서도 대우건설이 앞서 2016년 4분기 '빅배스'를 단행한 데 이어 또 다시 추가손실이 발생하자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2016년 4분기 당시 잠재손실을 한꺼번에 선반영하는 빅배스 단행으로 영업손실 7313억원·순손실 815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불거졌던 해외부문 추가원가 규모가 4분기에 더 확대되면서 실적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2016년으로 끝날 줄 알았던 해외원가 이슈가 2018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조윤호 D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당 손실이 일회성 요인일 가능성이 높지만 2016년 4분기 약 1조원 규모 해외손실 처리 이후 불과 1년 만에 단일 해외현장에서 3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손실처리가 다시 발생한 만큼 실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실적이 발표된 7일 이후 주가도 지속 하락해 2월9일 기준 506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52주 신저가로, 지난해 2월10일 5830원에 비해 13.7% 줄어들었으며, 52주 신고가를 찍었던 8월4일 7870원에 비해서는 36.0% 쪼그라든 수준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대우건설의 신용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 신용등급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2016년 3분기 회계법인이 대우건설 분기검토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제시하면서 부정적 검토 대상이 됐다가 국내 주택시장 호조로 실적 회복이 전망돼 지난해 4월 제외된 지 10개월 만이다.

    한기평 측은 "이번 등급감시 대상 등록은 지난해 하반기 해외사업에서 연이은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진행 공사 물량의 질적 수준 및 공사수행능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 검토는 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예상될 때 신평사가 등급 강등을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대우건설 장기신용등급은 'A-'로 향후 등급전망에 긍정적인 이슈가 없을 경우 등급하향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실제로 한 단계 낮아지면 'BBB+'가 된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개사 가운데 장기신용등급이나 기업어음 등급이 'B'인 곳은 없다.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도 언급됐다. Safi IPP 사업에서 발생한 자재 소상 원인은 시스템 전반의 설계문제인지, 시공과정에서 이물질 유입에 따른 손상인지 여부는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이다.

    최한승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해외사업 관련 손실이 발주처의 인허가 지연·자재 인도 지연·인력 및 자재 수급의 어려움 등 외부 요소와 공사수행 과정 상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 이번 손실요인은 대우건설의 귀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외부 요소가 아닌 공사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만큼 대우건설 시공능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규모 손실 인식의 빈번한 발생은 대우건설의 원가관리능력 및 클레임 청구 등 해외사업 교섭력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매출·도급액·수주잔고 등을 바탕으로 도출한 10개 주요 진행 프로젝트 가운데 6개 프로젝트 원가율이 100% 초과하고, 이 중 △이라크 AlFaw Grand Port △카타르 고속도로 △사우디아라비아 JAZAN REFINERY&TERMINAL △모로코 Safi IPP △알제리 RDPP 등 5개 프로젝트는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프로젝트 별로 1000억~45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인식했다.

    뿐만 아니라 대우건설은 거의 3년에 한 번 꼴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2013년에도 71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으며, 2010년과 2009년에는 각각 8299억원·7390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속적인 수주로 매출은 올리고 있지만, 수천억원 규모 적자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관리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황덕규 나이스신평 실장은 "2017년 손실이 발생한 모로코·카타르 고속도로 사업뿐만 아니라 여타 손실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원가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 공기지연에 따른 추가 공사비 발생임에 따라 실질 완공시점까지 지체상금(LD)을 포함한 추가 공사비 증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어닝쇼크'에 따른 매각 불발로 한동안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재매각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 작업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M&A 흥행에 실패하면서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규제에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시장환경이 좋지 않은데다 악재 중에 악재로 꼽히는 해외사업 부실이 그러난 만큼 매수자를 찾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이 재매각을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 매각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산은이 대우건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사업 비중을 줄이고 국내 주택 등에 집중하더라도 2~3년 안에 매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8일 호반건설은 "내부적으로도 통제와 예측이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면서 과연 우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