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슬로우모션-AR이모지' 끌리면 갤럭시S9이 정답"가격 부담스럽다면 갤S8도 대안… '빅스비-덱스' 활용도 높여야"
  • ▲ 2017년 4월 26일 출시된 갤럭시S8이 330일 만에 후속작인 갤럭시S9에 왕좌를 물려주게 됐다. 그럼에도 갤럭시S8은 여전히 구매가치가 높은 제품이다. ⓒ뉴데일리DB
    ▲ 2017년 4월 26일 출시된 갤럭시S8이 330일 만에 후속작인 갤럭시S9에 왕좌를 물려주게 됐다. 그럼에도 갤럭시S8은 여전히 구매가치가 높은 제품이다. ⓒ뉴데일리DB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이 16일 정식 출시됐다. 전작인 갤럭시S8이 출시된 후 330일 만이다. 갤S9은 전작과 비교해 출시일을 한 달 앞당겼다. 선점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반면 갤S8은 판매일을 한 달 가량 빼앗겼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일평균 5만7000대가 판매된다. 지난해에만 2100만대가 팔려나갔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팔린다. 전체 판매량의 60% 이상이 삼성 갤럭시일 정도다. 노트·S·A·J시리즈 모두 골고루 판매되는데 노트와 S시리즈의 비중이 조금 더 높다. 전체 시장의 40%다. 

    갤S9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전작과 구별되지 않는다' '카메라 기능말곤 달라진 게 없다' '갤S8를 사는게 낫겠다' '수퍼슬로우 모션은 탁월하다' 'AR 이모지가 쏙 닮았다' 등의 글이 올라온다

     갤S6를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한동식(38)씨는 "스마트폰을 바꿀 때가 됐는데 갤S9을 살지 갤S8을 살지 고민 중"이라며 "비슷한 모양에 비슷한 기능을 갖춘 것 같아서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갤S9이 출시되는 지금, 갤S8의 리뷰를 작성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갤S8과 갤S9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한 줄로 요약한다면 "초고속 카메라나 AR 이모지가 탐난다면 갤S9,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갤S8이 정답"이라 할 수 있겠다.

    "'DJ 고' 땡큐 쏘 머치" = 작년 8월 23일(현지시각) 뉴욕 피에르 호텔. 이날은 갤노트8 언팩이 있던 날이다. 기자는 간담회 후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에게 "갤S8을 사용하는데 너무 잘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한 명의 소비자로 인생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제가 더 감사하다"고 답했다.

    갤S8이 인생폰이 될 거라는 확신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약정기간이 약 1년 더 남았지만 말이다. 갤S8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다. 많은 단점이 있지만 더 많은 장점이 있다. 시간을 되돌려도 갤S8을 구입하고 싶을 정도다.

    갤S8은 '유리폰'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 임직원 조차 "케이스는 필수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잘 깨진다. 액정을 교체하고 5분 만에 깨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그립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갤S9의 첫인상이 실망스러울 정도다. 삼성전자는 갤S8의 액정이 잘 깨진다는 점을 의식해 갤S9의 테두리에 알루미늄 소재 메탈 프레임을 적용했다. 그립감은 다소 떨어졌지만 내구성을 높인 것이다.

    기자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케이스 안씌우는 사람이 어딨느냐"고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립감을 개선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노력했는데 5000원짜리 케이스로 덧씌우는 걸 보면 안타깝다"는 삼성 관계자의 말을 들은 뒤로는 케이스 씌우기를 포기했다. 디스플레이 파손 교체 비용 50% 지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지만.

    엣지 디스플레이의 고질적인 문제인 '의도치않은 터치'도 단점이다. 잠들기 전 누워서 쓸 때 특히 심하다. 다만 몰입감을 높인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는 만족감이 높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을 볼 때 진면목을 발휘한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얼굴인식 센서는 시선을 빼앗아 옥의 티로 남는다. 삼성전자는 갤S9에서 얼굴인식 센서를 보이지 않게 숨겼다.

    "'빅스비-덱스' 어딨니" = 삼성전자는 갤S8을 공개하면서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Bixby)'와 데스크탑PC와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삼성 덱스(Dex)'를 강조했다. 갤S8 측면에 빅스비 버튼이 별도로 적용될 정도로 삼성전자는 빅스비에 공을 들였다. 15만9000원 상당의 덱스 역시 '리니지2 레볼루션'과 만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이들의 활용성에 의문이 남는 건 사실이다. 실제 기자도 갤S8 사용초기 빅스비와 덱스 사용에 심취했다. 특히 빅스비의 경우 목소리로 다양한 명령을 지시할 수 있어 관심도가 높았다. '집 도착' 이라는 명령어를 통해 블루투스 스피커와 와이파이 연결을 자동으로 할 수 있게 했고, '공기정화'라고 말하면 스마트싱스(삼성 커넥트) 앱을 통해 공기청정기가 작동하게 했다. 문제는 사용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의 지적대로 빅스비는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알람을 맞추거나 날씨를 확인하는 정도는 문제없이 소화했지만,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고 웹서핑을 하는데는 장점이 없었다. 솔직히 사용자 입장에선 빅스비를 사용하는게 더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다. 터치 몇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목소리를 내면서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덱스 역시 마찬가지다. 큰 화면을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볍고 휴대성이 뛰어나다는 스마트폰의 장점을 반감시켰다. 스마트폰은 침대에 누워서, 쇼파에 기대서 해야 제 맛이다. 그런데 덱스를 사용하려면 컴퓨터 의자에 앉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덱스는 컴퓨터 의자로 나를 끌어들이지 못했다. 그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얼굴인식은 신의 한 수로 꼽힌다. 갤S9의 3D 얼굴인식, 인텔리전트 스캔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사용하는데 문제되지 않는다. 홍채인식과 같이 손을 들어야할 필요도, 지문인식처럼 센서를 찾아야할 이유도 없다. 전원버튼을 누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잠금이 해제된다. 어두운 곳에서 인식률이 떨어지는 건 문제다. 삼성전자가 1년 만에 갤S9에 얼굴과 홍채인증을 결합한 '인텔리전트 스캔'을 도입해 단점을 보완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갤S8은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혹여나 갤S8를 사용하고 있는데 갤S9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과감히 포기할 것을 추천한다. 수퍼슬로우 모션(초고속 카메라)이나 AR 이모지가 꿈 속에 나오지 않는다면 1년 더 써도 충분하다. 갤S7 등 이전 모델을 사용하거나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갤S8 또는 갤S9를 추천한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갤S8의 출고가가 떨어지길 조금 더 기다리고, 최신 기능을 경험하고 싶다면 갤S9을 권한다. 

    기자는 갤S9 출시를 기념(?)해 갤S8이 덮고 있던 액정보호필름을 뜯어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원가 100원짜리 중국산 필름을 사용한데 깊은 후회를 느꼈다. 덤으로 '깨질까봐 무섭다' '돈 많냐'는 우려도 듣게 됐다.

    갤S8은 집계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4500만대 전후가 판매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15억800만대인 것을 감안할 때 3%에 해당하는 숫자다. 고동진 사장은 갤S8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인, 새로운 소통방식을 제시할 것"이라 자신했다. 갤S8이 스마트폰 디자인을 선도한 것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다만 새로운 소통방식을 제시했는지는 1년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