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플랜트 부진 불구 주택호황 덕 영업성과 '톡톡'높아지는 주택의존도… 수주잔고·보유용지 '감소'
  •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성재용 기자


    대림산업이 지난해 안정적 영업성적과 재무성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심화되는 국내 주택부문에 대한 매출 및 수주 의존도로 인해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목과 플랜트 부진으로 주택부문이 사실상 대림산업을 먹여 살리고 있는 만큼 주택경기가 고꾸라질 경우 크게 흔들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림산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조3355억원·영업이익 5458억원·순이익 5079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 25.1%·영업이익 30.1%·순이익 73.2%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호성적에도 오히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분석이다. 토목현장에서 3000억원가량 추가원가가 발생하면서 원가율이 2016년 말 94.8%에서 113%로 뛰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A금융투자 건설담당 연구원은 "비록 5년 연속 적자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플랜트부문 손실도 줄어가고 있고 주택과 화공부문·연결 종속회사·지분법평가 자회사 등 탄탄한 실적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더 큰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며 "토목부문 원가발생이 옥에 티"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삼호 등이 우량회사로 거듭나고, DSA(사우디아라비아 시공법인)는 부실을 대폭 정리한 결과 종속회사 실적은 수천억원대 적자에서 10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다. 지분법 적용 대상인 여천NCC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업황호조로 최대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토목과 플랜트 부문의 부담요인을 상당수준 흡수해준 셈이다.

    재무성과도 뚜렷하다. 부채비율은 135%로 전년 140%에 비해 5.46%p 감소했으며, 차입금의존도 역시 43.4%에서 41.4%로 1.95%p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1.53%p 개선된 유동비율은 137%로 지난해 3분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1개 건설사 평균 123%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부채비율 등 재무안정성 지표가 우수한데다 여천NCC 지분을 비롯한 유가 증권의 활용가치, 토지·건물의 자산가치 등 재무적 융통성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대체차입 조달 역량 등을 감안할 때 대림산업의 유동성 위험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높아지는 국내주택 부문 의존도 등이다. 전체 매출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만 하더라도 16.6%에 불과했으나, 2016년 44.9%·지난해 55.5% 등으로 크게 늘어났다.

    영업성적을 보면 사실상 국내주택 부문이 대림산업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5458억원인 가운데 주택부문의 경우 6684억원 이익을 남겼다. 토목과 플랜트에서 각각 2344억원·122억원 영업손실을 만회하느라 실적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수주잔고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체 수주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 증가세인 반면, 수주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 부문 수주 비중은 2014년 50.0%에서 2015년 57.1%, 2016년 61.0%, 2017년 64.0% 순으로 비중이 지속 확대됐다. 반대로 수주잔액은 2015년 17조원에서 2016년 18조원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지난해 16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주택 등 각종 개발사업을 위한 보유용지 역시 줄어들면서 먹거리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유용지는 4733억원 규모로, 전년 6417억원에 비해 26.2%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시평 상위 6개 상장사의 보유용지 규모는 평균 5530억원이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수주 실적을 견인한 국내 민간주택 부문의 경우 정부의 규제 조치,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 지표 저하 등으로 신규수주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변화와 대림산업의 공사 현장의 분양 및 입주 추이는 현금흐름과 중장기 관점의 영업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요소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리스크도 부담이 된다. 6800가구 규모의 용인 한숲시티(2018년 6월 입주예정)의 경우 회사 제시 분양률은 우수하지만, 관련 대여금 및 매출채권이 각각 3001억원(충당금 상계 후)·3925억원으로 과도하다. 또 시행사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6360억원(별도 기준)은 모두 장기 미착공 프로젝트 관련으로 해당 프로젝트 관련 운전자금 부담이 대여금 4298억원·용지 1067억원 등 약 1조원에 달한다.

    특히나 중단(파주 헤이리 지크레프) 및 장기 미착공 사업장(오산세마·인천검단·용인마북 등)의 경우 시세 하락으로 계획대비 사업수지가 저하된 상황으로,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등으로 관련 영업자산의 부실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미청구공사액이 전년 9898억원에서 1조1012억원으로 11.2% 증가한 가운데, 주택 부문 미청구공사액은 3624억원에서 5484억원으로 51.2% 뛰었다. 같은 기간 토목 부문의 경우 4417억원에서 2755억원으로 37.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