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티스 송도 글로벌 R&D센터와 첨단 생산시설 조감도. ⓒ오티스
    ▲ 오티스 송도 글로벌 R&D센터와 첨단 생산시설 조감도. ⓒ오티스

     

    세계 1위 엘리베이터회사인 미국계 오티스(Otis)가 국내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오티스는 글로벌 시장의 19%를 점유하고 있는 세계 1위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로, 현재 전세계 20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연일 하락세를 걷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티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지난 1999년이다. LG산전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오티스LG엘리베이터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 1위인 50%로 마땅한 경쟁 상대조차 없었다. 

     

    그러던 오티스가 하락세를 걷기 시작한 건 LG와 분리된 2005년부터다. 이후 국내 시장 점유율은 날개 없이 추락했다. 2005년 37.3%에서 2007년에는 20%대로, 2011년에는 10%대로 내려 앉았다. 지난해에는 11.6%를 기록하며 두자리 수 점유율을 간신히 유지했다.

     

    그사이 경쟁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승승장구했다. 2005년 19.7%였던 시장 점유율은 2007년 29.3%로 급상승하며 업계 1위 자리를 빼앗은 뒤 10년 넘게 그 자리를 수성하는 중이다. 2017년 현재 시장 점유율은 44.1%에 달한다. 

     

    그렇다면 오티스가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중국 등 해외에서 대부분 부품을 들여와 사용한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국산에 비해 신뢰성이 떨어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오티스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 가운데 엘리베이터 본체를 감아 올리는 권상기와  엘리베이터의 'CPU(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하는 제어반 같은 엘리베이터 핵심 부품은 유럽, 북미 등 글로벌에서 들여오고 있다. 그 외의 많은 부품은 국내에서 소싱하고 있는 글로컬(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 모델이다. 2015년 첫 글로컬 모델 젠투다이나믹을 출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에 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오티스가 지난해 6월 인천 송도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와 첨단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한 것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조치다. 국내 투자 확대로 떠나간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오티스가 건립하는 R&D센터와 생산시설은 송도 첨단산업클러스터 내 축구장 두 배 넓이(1만5600㎡)로 세워지며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생산설비가 갖춰지면 제어반을 연간 1만대 생산할 수 있다.

     

    필립 델피치 오티스 글로벌 사장은 인천광역시 등과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한국의 우수한 R&D와 생산 역량이 향후 오티스의 글로벌 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엘리베이터 신설 수요는 연간 약 4만4000대로, 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