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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이용한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철도업계 숙원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돌아가는 형국은 송영길·김현미·오영식 등 전·현직 여당 다선 의원이 총대를 메고, 이제 바통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넘어온 모양새다.
철도전문가들은 앞으로 있을 고위급 회담에서 정부가 OSJD 가입과 관련해 북한의 언급을 끌어내는 게 마지막 남은 숙제라고 분석했다. 김 장관과 송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다.
4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키르기스스탄에서 OSJD 장관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1차 사장단회의에서 정회원 가입에 재도전했지만, 북한이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그동안의 전략에 따라 따데우쉬 쇼즈다 OSJD 의장을 만나 6월 장관회의에서 다시 한번 논의할 기회를 달라고 설득했고, 북한은 이것까지는 막지 않았다.
철도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우리나라는 2016년과 지난해에도 북한의 반대에 막혀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물밑 접촉을 벌여 장관회의 임시안건으로 채택하는 데까지는 진척시킨 전례가 있다.
관건은 장관회의에 임시로 올린 우리나라의 정회원 가입안이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느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북한이 정식안건 상정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공은 이제 김 장관에게 넘어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장관회의는 코레일이 아니라 철도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초청장이 온다. 우리나라는 아직 제휴회원이지만, 이번 사장단회의 때도 코레일에 초청장이 왔던 만큼 장관회의 참석을 기정사실로 보는 견해가 많다.
장관회의에는 회원국 철도 담당 고위 공직자가 참석한다. 국토부도 역대 회의에 제2차관이 참석해왔다. 회의 성격상 오 사장이 다시 참석하기에는 격도 맞지 않고, 활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부처 장관으로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열차 연결에 관해 환담하면서 철도·도로 등 남북 간 교통망 연결·복원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북방물류를 위해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와 중국 횡단 철도(TCR)를 잇는 대륙 철도 운행에 참여하려면 OSJD 가입이 필수조건이다. 철도 교통신호·표준기술·통행료·운행방식 등에서 통일된 규약을 OSJD가 마련하기 때문이다.
철도물류 전문가들은 다음 달 정회원 가입에 성공하려면 앞으로 있을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OSJD 가입과 관련해 짧게라도 언급을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관회의에 북한 철도성 관계자가 참석할 텐데 그 전에 북한 지도부로부터 반대하지 말라는 '언질'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철도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의 수장으로서 김 장관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원사격에 나설 송 위원장은 일단 장관회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송 위원장은 "이번(장관회의)에는 북한이 우리나라 가입 신청을 수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결론이 나면 굳이 귀찮게 OSJD 정관을 (만장일치 의결에서 4분의 3 찬성으로) 개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러시아 부총리 등을 통해 협조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