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빵집 이라고요?… 한화, 빵집 사업 포기안해트렌드에 뒤처지며 3개 점포만 운영"식음 노하우 부족한 한화, 고민 깊을 듯"
  • ▲ 에릭케제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 에릭케제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프랑스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에릭케제르'가 '호텔빵집'이라는 명함이 무색하게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 한화는 공격적으로 '에릭케제르' 매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급변하는 트렌드를 좇지 못하면서 현재는 3개 점포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010년 여의도 63빌딩에 '에릭케제르' 1호점을 열고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했다.

출시 초기 프랑스 명품 베이커리를 국내에서 맛 볼 수 있다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프랑스 본사에서 블랑제와 파티셰를 파견하고 본사와 동일한 조리법으로 제품을 생산해 프랑스 현지에서 생산되는 베이커리와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청동과 강남지역으로까지 매장을 확대했다.

그러나 2012년 대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위기를 맞았다. 당시 신라호텔은 '아티제'를, 롯데가는 '포숑'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베이커리 '오젠' 사업에서 손을 뗐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제빵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한화만 이례적으로 '에릭케제르' 사업을 지속하면서 뭇매를 맞았다. '에릭케제르'는 여의도63빌딩을 시작으로 소공동 더플라자 호텔과 삼청동,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등에 입점했지만 현재 삼청동점은 문을 닫고 3개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다. 3개 매장은 매년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커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 브랜드를 수입해 들여오는 만큼 라이센스 비용이나 로열티를 지급하는 계약형태일텐데 3개 매장을 운영해서는 절대로 수지타산이 맞을 수 없다"며 "베이커리 업계에서도 에릭케제르는 이미 잊혀진 브랜드"라고 말했다.

이어 "빵과 디저트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들이 속속 나타나고 개인 빵집들도 경쟁력을 갖추면서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유명한 브랜드를 국내에 수입해 들여오는 진입장벽은 낮을지 몰라도 식음 노하우가 없는 한화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릭케제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텔 부문은 다른 부분의 실적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매출 1조1500억원, 영업이익 21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전체 매출의 58.78%를 차지하는 FC부문(단체급식·외식·식재사업)과 30.51%를 차지하는 리조트부문(콘도·골프·아쿠아리움 등)은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성장을 주도했지만 호텔 부문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텔 부문은 지난해 매출 1167억원, 영업손실 155억원을 기록했다. '에릭케제르'의 영업 부진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빵집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도 한화만 유일하게 베이커리 사업을 유지했다"며 "현재도 돈을 벌어다주는 사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베이커리 사업을 놓지 못하는 것은 분명 내부적인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한화는 에릭케제르 외에도 
일본 프렌치·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레노나 카페 빈즈앤베리즈 등 식음 사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해당 사업이 계속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사업적으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