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vs 엘리엇, 모비스 주총 위임장 대결공정위 등 정부, 개편안 지지 vs 의결권 자문사 일부 반대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논의할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9일 임시 주총을 열 예정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의 3개 주력사업(모듈, AS, 핵심부품·투자) 가운데 모듈·AS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분할합병비율 0.61대 1)한 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그대로 실행되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정 회장 부자→존속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 계열사로 단순화하고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히 끊긴다.

     

    하지만 엘리엇이 기업가치 하락을 이유로 이를 막아서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3대주주로서 양사 합병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이름을 알렸던 미국계 헤지펀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핵심계열사 3곳의 지분 1조원어치(약 10억달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엘리엇이 각 사 지분의 1.6%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은 본격적인 위임장 대결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동안 외국인 주주들을 만나왔던 현대모비스는 지난 14일부터 일반인을 포함한 주요 주주들을 직접 만나 찬성 위임장 얻기에 나섰다. 엘리엇은 해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반대 위임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양측은 국민노후자금 600여조를 굴리는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을 잡는 쪽이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해 기아차(16.88%)에 이어 단일주주로는 2번째로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지분도 8.44%를 갖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다른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통과하려면 출석 주주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모비스의 1대 주주는 정몽구 회장 등 오너 일가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으로 31.1%다. 외국인 지분은 49.2%이다. 글로비스는 현대차 지분이 50%가 넘는다. 결국 두 회사 모두 합병 결의가 통과되려면 국민연금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정부가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엘리엇 요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현대차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실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엘리엇 방안을 따르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요구는 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엘리엇이 제안한 대로 지주사 전환이 단행되면 비금융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둘 수 없도록 한 현행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3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내부 의사 결정 기구인 투자위원회를 통해 찬성 결정을 내렸다가 곤욕을 치른 만큼 당시처럼 의결권 행사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맡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다음주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맡길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들이 개편안에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은 국민연금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ISS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 루이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낸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놨다. 글래스 루이스는 "의심스러운 경영논리에 바탕을 뒀을 뿐 아니라 가치평가가 불충분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도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분할·합병의 비율과 목적 모두 현대모비스 주주 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면서 반대 의결권을 권고한 바 있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 계약을 맺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오는 16일 권고안을 국민연금에 전달할 계획이며, 세계 최대 규모인 ISS도 조만간 찬반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