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금성'서 'LG'로 CI 변경… 2005년 고유 기업문화 'LG 웨이' 선포브랜드 가치 상승 기반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외환위기, 경영시스템 혁신 통해 극복… 2003년 대기업 최초 '지주사' 전환
  • ▲ 1998년 임원초청 간담회ⓒLG그룹
    ▲ 1998년 임원초청 간담회ⓒLG그룹


구본무 회장이 20일 향년 73세 나이로 별세한 가운데 고인의 업적이 재조명 받고 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은 외환위기 등 어려움 속에서도 LG그룹을 '100년 영속 기업'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경영체제와 기업문화 측면에서 선제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물론, 일체의 잡음 없이 계열분리를 단행한 것이다. 

구 회장은 회장 취임 직전 그룹 CI를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CI(Corporate Identity) 변경은 앞서 1988년 구자경 명예회장이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을 발표한 후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던 경영혁신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됐다.

당시 CI 변경은 많은 리스크와 비용이 예상됐고 특히 국내외에서 이미 '럭키', '금성', '골드스타'가 널리 알려져 있어 대내외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인 CI 변경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분산돼 있던 그룹 명칭과 이미지를 통합해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내부 구성원들의 일체감을 높이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1993년 임직원 및 국내외 고객 등 37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의견조사, 임직원 인터뷰 등을 실시했고 종합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구 부회장이 중심이 되어 1994년 본격적인 CI 변경 작업을 추진했다. 

'LG'라는 그룹 명칭은 그룹의 이미지를 통합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으며 친숙하고 세련된 명칭으로 평가돼 최종 선정되었다.

특히 구 회장은 심벌마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후보 안들 중 글로벌, 미래, 젊음, 인간, 기술 등의 의미를 포용하고, 또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을 형상화한 현재 LG의 심벌마크인 '미래의 얼굴'을 최종적으로 결정해 CI를 완성했다.

LG는 1995년 1월 1일을 기해 LG 브랜드를 대내외에 공표했다. 새롭게 바뀐 LG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제작한 '사랑해요 LG' 광고는 전국민이 흥얼거릴 만큼 높은 인기로 화제를 모았다.

CI 변경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며 LG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고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2005년 LG 고유의 기업문화로 'LG 웨이(Way)'를 선포했다.

'LG 웨이'는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 ▲실력을 배양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정도경영' ▲궁극적인 지향점인 '일등 LG'를 달성하자는 의미를 지녔다.

구 회장은 지난 2002년 신년사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일등 LG',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달성해야 할 목표"라며 "고객이 신뢰하는 기업,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기업, 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하는 기업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 회장은 또 지난 1997년 말 발생한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체질개선에 나서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 ▲ 구 회장은 취임 후 제2의 경영혁신을 강도높게 추진했다. 사진은 1996년 10월 구 회장(왼쪽)이 잭 웰치 前 GE 회장과의 미팅에서 경영혁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LG그룹
    ▲ 구 회장은 취임 후 제2의 경영혁신을 강도높게 추진했다. 사진은 1996년 10월 구 회장(왼쪽)이 잭 웰치 前 GE 회장과의 미팅에서 경영혁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LG그룹

  • 구 회장 취임 후 3년이 채 안된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국내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는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당시 구 회장은 지금까지 운영해오던 경영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 기업의 체질을 탄탄히 하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보고 그 돌파구를 대규모 외자유치와 적극적인 기업공개(IPO)에서 찾았다.

    외자유치는 단순한 재무구조 개선의 차원을 뛰어넘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선진 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 위한 것이었다.

    구 회장은 당시 경영진들에게 "적극적인 외자유치 활동은 생존차원의 경영활동"이라며 외자유치 활동을 독려했고 그룹 최고경영진도 직접 나서 다방면으로 외자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1998년 말 첫 번째 주요 성과로 LG텔레콤이 영국의 BT(British Telecom)로부터 4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데 이어 여러 계열사에서 다우케미컬, 칼텍스, 골드만삭스, 독일재건은행 등 해외 우량기업 및 금융기관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당시 국내 대기업집단으로는 최대금액인 67억 달러의 대규모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우량 계열사 중 상장요건을 갖춘 회사는 적극적인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시켜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에서의 공정한 기업가치를 평가 받도록 했다.

    LG생활건강, LG텔레콤 등 7개 우량계열사가 상장되며 주력기업 대부분이 직접 금융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경영전반에 걸쳐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의 경영시스템 강화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지속됐다. 지난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열사간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로 인해 한 기업의 어려움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외자유치와 기업공개를 통한 재무구조개선에 이어 단계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진 LG는 1999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작업에 들어갔다. 

    국내 대기업집단이 적은 자본으로도 소위 문어발식 확장을 할 수 있었던 순환 및 상호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고, 지분을 출자했다는 이유로 사업적으로 무관한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부담을 없앤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 계획을 밝힌 것이다.
  • ▲ 1995년 10월 구 회장(왼쪽 두 번째)과 허창수 당시 LG전선 회장(세 번째)이 LG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LG그룹
    ▲ 1995년 10월 구 회장(왼쪽 두 번째)과 허창수 당시 LG전선 회장(세 번째)이 LG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LG그룹

  • 지주회사체제 전환 작업으로 LG는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함으로써,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사업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하는 선진적 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 회장은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한 후 CEO들과의 릴레이 미팅에서 "앞으로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책임경영으로 자기 사업에만 매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경영시스템 강화 과정에서 3대에 걸친 허씨 일가와의 동업을 일체의 잡음이나 분란 없이 끝내는 '아름다운 이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구 회장은 1999년 LG화재를 시작으로 2000년 LG벤처투자, 2000년 아워홈,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 2007년 LG패션 등을 차례로 계열분리해 보험업과 전선, 정유, 건설, 유통 등의 사업분야를 정리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사업영역을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로 단순화했다.

    이에 따라 창업 1세대인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과 고(故)허만정 공(公)에서 시작해, 2세대인 구자경 LG 명예회장과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고(故)구본무 LG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에 이르기까지 57년간 3대에 걸쳐 유지된 화합·신뢰의 동업관계는 '아름다운 이별'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재계에서는 두 가문의 60년 가까운 성공적 동업관계에 대해 한국기업사에서는 보기 드문 성공한 동업스토리로 남게 될 것이라며 '국제 경영학계의 연구 대상'이라고까지 평가하기도 했다.

    계열분리 전까지 구 회장은 중요사항을 항상 허창수 회장과 자리를 같이해 보고 받는 등 동업자로서 허 회장을 예우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미래 경영환경에 대한 선견지명은 중장기적으로 LG가 공고한 지주회사 체제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