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한 장례식, 재계 전반으로 확대 예상이례적 수목장, 마지막까지 귀감
  • ▲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LG
    ▲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LG

재계가 LG그룹의 장례 문화를 본받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家가 구본무 회장의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르면서, 이를 따르자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

23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의 발인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유족들과 LG그룹 임원진, 재계 인사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진행됐다. 이후 장지인 경기 광주 곤지암 화담숲 인근에서 가족들만 따로 비공개 장례를 치뤘다.

구본무 회장은 생전 시간과 돈 낭비가 많은 장례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유지에 따라 LG는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장례식을 진행했다. 유족들은 조문과 조화도 정중히 거절했다. 장례식에 도착한 조화는 LG그룹 임직원 명의의 것을 포함해 7개가 전부였다.

구본무 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은 3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재계 총수의 장례식이 ‘회사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진행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016년 세상을 떠난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례식은 회사장으로 치러졌다.

LG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은 평생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왔다”며 “비공개 가족장을 치르는 것은 그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는 LG의 간소한 장례 문화가 구본무 회장의 평소 인망과 합쳐져 큰 각인을 남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람은 세상을 떠난 후 생전 행실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다”며 “구본무 회장의 별세 후 쏟아진 ‘신드롬’에 가까운 미담과 간소한 장례식은 그의 평소 생활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 고령의 총수가 생존해 있는 주요 기업들은 구본무 회장의 장례식이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요 기업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은 재계의 귀감이 될 것”이라며 “조문과 조화를 거절하고 LG 여의도 본사에 사내분향소도 마련하지 않은 모습 등을 다른 기업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목장(樹木葬)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LG는 구본무 회장의 시신을 화장한 후 그 유해를 경기 광주 곤지암 부근 나무 밑에 묻는 형태로 장례 절차를 마무리했다. 구본무 회장은 평소 자연을 훼손하는 매장 방식 대신에 화장을 원한다고 주위에 말하곤 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구인회 창업주의 묘소가 있는 부산에 구본무 회장의 유해가 안치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기로 유명했던 구본무 회장은 재계에 전례가 없는 수목장을 택해 마지막 가는 길까지 귀감이 될 선례를 남겼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998년 별세한 고(故) 최종현 SK 회장의 장례는 유언에 따라 화장으로 진행돼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