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외부출신 수장… 내부봉합 급선무경영정상화·신성장동력·매각 등 난제산적
  • ▲ 김형 대우건설 신임 사장. ⓒ대우건설
    ▲ 김형 대우건설 신임 사장. ⓒ대우건설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향후 3년간 대우건설을 이끌게 됐다. 김 신임사장은 노조와의 갈등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선임된 만큼 일단은 어수선해진 조직을 추슬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박창민 전임사장 사임 이후 10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 만큼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나아가 매각까지 임기 중 책임져야 하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

    11일 대우건설은 이날 오후 취임식을 시작으로 김형 신임사장이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측은 "취임사를 통해 김형 사장의 경영철학과 비전, 전략 등이 나올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지분 50.75%)의 의지에 따라 임기 중 대우건설 매각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은 사장추천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신임 사장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깜깜이' 인선 절차 및 사장 후보자 자질 문제 등으로 노동조합을 비롯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등 가시밭길을 지나왔다.

    막판에 노조가 대화에 응하면서 김 사장이 수장에 올랐으나, 산적한 현안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내부결속 문제다. 비록 10년 넘게 산은의 관리를 받고 있으나, 대우건설은 자율성을 존중하는 과거 대우그룹 특유의 조직문화가 남아있는 회사다. 상당수 임직원들이 대우건설에서 근속년수를 채웠고, 정통 '대우맨' 출신이라는 자부심도 남다르다.

    이들 입장에서 김 사장은 외부인인 셈이다. 김 사장은 추후 잦은 접촉을 통해 기존 대우건설 조직문화에 스며들어 임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할 지, 혹은 산은의 메신저 역할에 충실할 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기존 임직원들의 신뢰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김 사장 선임에 대해 대우건설 노조가 저지 투쟁을 예고하면서 이사 선임안 통과가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김 사장이 먼저 노조에 면담을 제의하고 의혹을 해명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노조도 한 발 물러났다.

    다만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이다. 노조도 면담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김 사장에 대한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추후 확인되지 못한 사건사고 및 도덕적 결함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김 사장의 당면 과제는 노조가 제기한 의혹을 완벽하게 해소하고 노조와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장 인선 과정에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그동안 경영간섭 논란 지속으로 산은에 대한 반감이 팽배한 상태"라며 "김 사장을 산은 측 대리인으로 보는 경향이 남아있어 완전한 내부 결속을 이루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조직 분위기 안정 외에도 당장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해 경영정상화, 신성장동력 모색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직면한 과제는 주 52시간 근무제다. 근로시간 단축안 적용대상인 대우건설은 그동안 경영 공백과 노조와의 조율 등으로 타 건설사에 비해 시행방안 확정 및 적용이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1분기 기준 정규직 2948명, 기간제 근로자 1780명 등 총 직원이 5728명에 달한다. 이 중 약 770명이 정규직 및 기간제 근로 형태로 해외에서 근무 중으로, 이들 모두 52시간 근무제 도입 대상이다. 대우건설은 국내외 시범 현장을 선정해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부서별 주 근무시간 현황을 파악 중이다.

    앞서 선임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있었던 만큼 근무기준에 대한 노조와의 협상에서 어떻게 접근할 지에 대해 주목된다. 노조가 납득할만한 근무기준을 제시해 내부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숙제는 실적 개선이다. 산은이 2년 후로 계획한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순조롭게 이끌기 위해서는 재임기간 내 가시적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현재 60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대우건설 주가도 끌어올려야 한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대우건설은 1분기 매출 2조5545억원·영업이익 1682억원·순이익 1032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2조6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9%·48.7% 감소했다.

    토목 부문(95억원)과 플랜트 부문(18억원)이 나란히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매출의 59.7%를 차지하는 주택건축 부문(1806억원)도 지난해보다 11.3% 감소했다. 주택 부문의 경우 2015년 4만가구 공급 이후 2년간 분양실적이 줄어들면서 국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플랜트 부문 효율화도 과제 중 하나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의 지속적 손실은 매각 실패 원인으로 작용했고, 유휴인력도 발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적 구조조정 단행을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노조와의 합의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남아있는 해외부실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는 것도 김 사장의 몫이다. 수십년간 굵직한 사업을 이끈 토목 전문가라는 점에서 기대가 모이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해외수주시장에서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국내 주택사업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사업은 부실하다"며 "김 사장이 해외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고 신성장동력을 찾아 회사의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분위기를 타개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해외 부문과 공공 부문의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되면서 2015년 이후 수주잔고가 감소하고 있으며 주택 경기 하강 국면 진입에 따라 주택 부문 신규수주 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분기 수주잔액은 30조721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3조7202억원에 비해 8.89% 줄어들었다. 이는 1분기 기준 2010년대 들어 최소 규모로, 2014년 40조8000억원 이후 4년 연속 내리막이다. 같은 기간 개발사업 등을 위한 보유용지 규모는 4937억원에서 1794억원으로 63.6%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주택 수주잔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인허가 절차 등을 거쳐 실제 착공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만큼 매출로 실현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업을 둘러싼 여러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 결속과 실적 개선, 회사 재매각 등은 별개 사안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문제"라며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만큼 김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사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을 거쳐 삼성물산 시발(토목)사업부장(부사장)을 지낸 뒤 포스코건설 글로벌인프라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현대건설 재직 당시 스리랑카 콜롬보항 확장 공사, 삼성물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 등 굵직한 해외현장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