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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가 방송 콘텐츠 시청 경로가 다양해진 상황을 반영하는 시청률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광고·미디어·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자들이 시청률 보완 지표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보다 통합된 지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화로 인해 다양한 경로를 통한 방송 콘텐츠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시청률만으로는 광고비에 대한 타당성을 평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광고주들은 보다 정교해진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콘텐츠 시청률 지표 개발을 요구해 왔다. 광고·미디어·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도량형 데이터가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한국광고총연합회, 한국광고산업협회, 한국광고주협회, 한국광고학회 등 광고주 단체는 지난 1월 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 중 하나로 방송통합시청률 도입을 제언한 바 있다. 동일한 콘텐츠의 각 디바이스·플랫폼별 실시간과 비실시간 이용률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방송통합시청률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국내 미디어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통합시청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TV·통신·인터넷 사업자 간 데이터를 융합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며 "방송·포털·통신사업자 등 빅데이터 사업 추진이 가능한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연합해 미디어 관련 데이터 개발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콘텐츠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시청률 보완 지표를 내놓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TNMS는 지난해 11월 통합 시청자수(TV Total Audience, 이하 TTA)를 도입했다. TTA는 본방송을 비롯해 자사 채널 재방송과 자사 PP 재방송, 타사 PP 재방송, VOD를 통해 동일 콘텐츠를 시청한 총 시청자 수를 합산한다. TTA는 가구 중심이 아닌 전체 시청자 수를 집계한다. 광고주협회는 TNMS와 MOU를 맺고 TTA 데이터를 광고주들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KBS는 지난 1월 콘텐츠 이용 통합지수 '코코파이'를 개발했다. 코코파이는 본방송, 재방송, 유통채널, VOD 시청자 수를 합산한 ‘PIE-TV’와 뉴스, 커뮤니티, SNS, 동영상의 4개 영역에서 시청자 반응을 조사하는 ‘PIE-non TV’ 로 구성된다.
CJ E&M은 지난 2012년부터 닐슨코리아와 공동개발한 소비자 행동 기반 콘텐츠 영향력 측정 모델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를 제공하고 있다.
CPI는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본 후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동을 수집·측정해 산출한 시청률의 보완지표다.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주목하는 프로그램, 관심 높은 프로그램, 지지하는 프로그램 등의 순위를 지표에 따라 공개한다. 현재 지상파 3사와 CJ E&M 7개 채널 프로그램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CPI는 시청 후에 얼마나 이 프로그램을 검색을 했는가, 이 프로그램의 기사를 봤는가, 이 프로그램에 관해서 뭔가를 썼는가 등의 행동에 대해 측정하는 것"이라며 "그 행동이 긍·부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협업해 지난 1월 방송콘텐츠 가치정보 분석시스템(RACOI: Response About Content On the Internet)을 공개했다. RACOI는 기존의 시청률로 측정하기 어려운 시청자의 온라인 반응을 수치화해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지표다.
조사 대상은 지상파 5개, 종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4개, 일반PP 20개 등 총 29개 채널의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이다. 7개 채널에 불과한 CPI에 비해 훨씬 다양한 채널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셈이다. 그러나 RACOI 역시 CPI와 마찬가지로 긍·부정에 관해서는 지표상 드러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코바코 관계자는 "콘텐츠 시청 행태의 변화와 이에 대비한 산업적 대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RACOI는) 콘텐츠 가치를 다각도로 평가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청률 보조지표 활용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