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르 프로젝트 다음달 종료… 내년 중순까지 일감 ‘全無’유휴인력 해소 위해 희망퇴직·업무이관 단행
  • ▲ 현대중공업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 ⓒ현대중공업
    조선업 호황 당시 해양플랜트는 현대중공업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일감바닥으로 현재는 애물단지가 됐다. 최소한 1년 정도의 건조 공백이 불가피해 회사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19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해양사업본부는 지난 2014년 11월 아랍에미레이트(UAE)로부터 수주한 나스르 프로젝트만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까지 건조 중인 모듈이 모두 출항하면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일감은 제로가 된다.

    현대중공업의 지난달 기준 수주잔량은 212억 달러로 해양플랜트는 85억 달러다. 그러나 이 중 67억 달러는 발전소 건설사업과 관련된 육상플랜트 수주잔량으로 실제 해양플랜트는 나스르 프로젝트의 18억 달러뿐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부문은 내년 중순부터 실제 건조업무에 나설 것”이라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입찰이 성공하면 12~15개월의 설계기간을 거쳐 내년 중순이 돼야 업무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점휴업’ 상태가 된 해양플랜트부문에는 유휴인력이 다수 발생한다. 해당 사업부문의 임직원은 3400여명이다. 이 중 사무·관리직을 제외한 생산직은 모두 유휴인력이 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유휴인력 해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환구 사장과 가삼현 사장, 정기선 부사장 등은 시급한 해양플랜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달초 열린 세계 최대 조선박람회 ‘포시도니아’에서 일감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조선 부문은 신규일감 확보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던 반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유가상승으로 해양플랜트 일감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에 비해 실제 발주처들의 주문은 많지 않다는 것.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해양플랜트 신규일감을 따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선주들의 발주량이 많지 않아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해양플랜트 발주량은 40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발주량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등 해양플랜트 신규 진출자들이 해양플랜트 물량을 확보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명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일감 고갈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으로 일회성비용이 500억원 가량 발생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부진은 올해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중순까지 이어질 1년이라는 해양플랜트부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선사업부문에서 남는 물량을 넘겨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일감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건조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이 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사는 일감 부족에 따른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10차까지 진행된 교섭에서 양 측은 유휴인력 문제와 임금인상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회사와 입장차가 확실해 올해 교섭이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