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PV오일 지분 44.72% 인수 추진 소식에, IB업계 잇따른 러브콜기본 방침은 단독 인수… "리스크 등 감안시 IB업계 달콤한 제안 거절 힘들어"주유소 500곳 운영 및 3000여 업체에 석유제품 공급 등 내수 2위 기업
  • SK에너지가 베트남 국영기업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 페트로베트남(PV)오일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현지 금융투자(IB) 업계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국내외 IB업계는 SK에너지에 잇따라 투자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에너지 입장에서는 매물로 나온 일부 PV오일 지분을 단독으로 소유하고 싶지만, 향후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IB업계의 달콤한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기 힘든 모양새다. 

    PV오일은 베트남에서 주유소 500곳을 운영하고 3000곳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주유소 업체로, 페트로리멕스에 이어 내수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인수합병(M&A)을 통해 직영 주유소 1500곳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 IB업계는 SK에너지 측에 PV오일 지분 인수와 관련 인수단 및 간접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250여개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PV오일의 지분 44.72% 매각을 진행중이다.

    지난 1월 초 까지만 해도 8곳의 글로벌 기업이 관심을 보였지만 높아진 가격 탓에 최종 입찰에는 SK에너지를 비롯해 일본 정유업체인 이데미츠코산, 베트남기업 2곳 등 4개 업체만 참여한 상태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7월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IB업계는 SK에너지의 인수전 참여가 반가운 상황이다. 현지 시장에서 수익이 잘 나면서도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는 만큼 PV오일 지분 인수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주유소 사업 전망도 긍정적인 만큼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베트남은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소비가 급증하고 있어 내수 공급 및 산업 측면에서 정제시설을 확충하는 추세다. 

    베트남 인구도 1억명에 달해 자동차용 휘발유 수요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SK에너지 입장에서는 지분 인수 이후 사업 확대 등을 감안하면 단독으로 보유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게다가 투자 여력도 충분한 만큼 외부 자금 유치 필요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리스크 분산 관리 차원에서 IB업계의 다양한 제안들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 업계는 경영에 대한 관심보다는 현지 시장에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이라며 "SK에너지는 기회와 리스크를 나눌 수 있어 이런 제안들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은 사실상 SK에너지와 이데미츠코산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내걸은 인수 조건인 ▲지분 인수 후 재매각 금지 ▲베트남산 석유제품 구매 및 판매 등의 수용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인수전 승자로 이데미츠코산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주유소 운영 경험은 물론 정유·석유화학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해 우호적 협력 관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데미츠코산은 베트남에 2 곳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20만 배럴의 정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SK에너지가 통큰 배팅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베트남은 SK그룹 차원에서 사업 추진을 강화하는 동남아 성장 시장의 핵심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서 SK의 협력을 약속했다.

    SK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진출해 자원개발과 석유화학 설비 건설, 원유 트레이딩 등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베트남에서 15-1광구 운영을 비롯해 2개의 탐사광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석유개발 사업에 이어 SK에너지와 베트남 1위 항만운영∙물류 국영 기업인 사이공 뉴포트와 화물차 휴게소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회사 'SNP-SK energy' 설립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여기에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도 추진하며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적극 전개하는 등 동남아 지역의 주력 해외 사업 기지로 삼기 위해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때문에 다양한 사업 확대 일환으로 지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관계 등을 고려하면 이데미츠코산에 우호적인 상황이지만, SK에너지가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통큰 베팅에 나설 경우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SK의 경우 과거 그룹차원에서 베트남 이동통신, 정유화학, 석유개발사업 진출에 공을 들여 왔으며, 현지 의료지원사업 목적으로 '애강병원'을 설립·운영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