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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은 베트남에서도 ‘제2의 인도네시아 성공 신화’를 목표로 놓고 경주 중이다. 그러나 다른 국내은행처럼 현지 지점을 법인으로 전환하거나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지 대형은행의 지분을 인수하고 비은행 계열사의 현지 법인 진출이라는 우회도로를 선택해 눈길이다.
실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3월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인 베트남산업은행(BIDV) 지분 인수에 나섰다.
BIDV가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신주발행을 통해 증자를 실시하고 KEB하나은행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현재 베트남 중앙은행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이 같은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KEB하나은행 김상수 호치민 지점장은 “베트남 금융당국은 은행 산업을 구조조정 중이다. 35개 상업은행 중 부실은행을 인수해야 법인 인가를 해주겠단 의도”라며 “현지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선 법인 전환이 필요하지만, 현지 은행의 부실 깊이를 알 수 없어 인수를 선택하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즉, 부실은행을 인수하기 보다 대형은행의 지분을 인수해 연계 영업을 전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얘기다. 특히 지분투자를 통해 지분법이익 수혜는 물론 지점과의 협업을 통한 이익 제고도 노릴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BIDV 지분 인수 후 핀테크, 모바일금융 등 사업 영역에서 협력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내부적으론 하반기부터 ‘1Q뱅크’ 출시를 결정한 상태다.
하나금융의 베트남 금융시장 공략 차별화는 또 있다. 바로 비은행 계열사의 현지 진출이다. 규제가 심한 은행보다 비은행 계열사가 진출해 사업 확대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카드는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 국제결제원 NAFAS, 결제솔루션 제공업체인 알리엑스와 베트남 지급결제 활성화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나카드는 이번 협약을 통해 베트남 카드결제 확대를 위한 사업지원, 모바일, 비접촉 결제서비스 등을 전개할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베트남 진출 타진을 위해 이진국 사장이 직접 현지 실사를 다녀갔다.
김상수 지점장은 “현지 영업을 전개하기 위해선 법인 전환이 유리할 수 있지만 필수 요건은 아니다. 오히려 은행이 갖고 있는 경쟁력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금융지주 차원에서 사업 영역을 따져보고 시너지를 고려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이미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만큼 이를 활용한 글로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