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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표는 베트남에서 국내은행 중 3번째로 법인 전환에 성공하는 겁니다”
기업은행 곽인식 호치민 지점장의 목소리에는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 베트남 중앙은행 측에 법인 설립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김도진 은행장이 직접 중앙은행 부총재와 면담을 가졌다.
지난 5월 마이 띠엔 총리실 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김도진 행장은 오찬 자리를 갖고 베트남 법인전환에 대해 피력했다.
기업은행이 베트남 금융시장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 아니다.
베트남 현지에는 한국계 중소기업이 약 4000개 이상 들어와 있다. 대부분 중국의 인건비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건너온 상황이다.
호치민 시에만 965개, 하노이 890개, 빈즈영 487개, 박닌 327개, 동나이 279개 등 생산·수출 거점으로 베트남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이 자리를 잡기까지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해 지속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곽인식 지점장은 “국내 중소기업에게 원활한 자금지원을 하기 위해선 현재 2개의 지점으론 한계가 있다”며 “하노이, 호치민 지점의 근처 공단은 왕래하며 충분히 지원할 수 있지만 그 외 지역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90% 이상이 현지인이다. 한국계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자국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은행이 자금동력을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미 종업원을 위한 체크카드를 발급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체크카드는 ATM 인출 시 수수료가 없다. 현금 사용을 중요 시 여기는 현지인의 특성에 맞춘 것이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SMS, 이메일을 통해 즉각 거래내역과 영수증을 이메일로 보내준다.
기업 입장에서도 급여 날마다 은행에서 거액의 현금을 찾는 수고를 덜었다.
마이너스 대출도 한국계 기업이 많이 찾는 상품 중 하나다. 베트남의 경우 부동산담보대출이 없다. 공장 부지를 얻기 위해 땅을 사는게 아니라 국가로부터 몇 십년간 임대 계약을 맺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한국계 중소기업은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하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기업 신용도에 맞게 한도를 설정, 마이너스 대출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곽인식 지점장은 “민간은행이 법인 영업을 하는 것과 국책은행이 법인으로써 해야 하는 역할은 다르다”라며 “우리는 바로 앞의 이득을 챙기는 것보다 한국계 중소기업의 성장과 이곳에서 일하는 자국민의 소득 향상을 위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