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배송인력 놓고 노조-택배사 정면 충돌
  • ▲ 영남지역 배송지연, 분류수수료 요구 관련 기자회견 중인 택배노조 ⓒ 택배노조
    ▲ 영남지역 배송지연, 분류수수료 요구 관련 기자회견 중인 택배노조 ⓒ 택배노조

    CJ대한통운과 영남지역 택배노조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현재 울산 등 영남지역은 노조원의 업무 불참으로 배송지연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성남, 여주 등 수도권 지역 노조도 이에 동참하고 있어 지연 문제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 갈등의 원인은 배송 전 진행하는 택배 분류 업무다. 통상 기사들은 배송 전 각 지역 터미널에서 주소별로 택배를 분류한다. 노조 측은 배송 수수료 외 분류 작업에 대한 수수료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기사들은 분류 시간과 관계없이 택배 건당 책정된 배송 수수료를 받고 있다.

    울산지역 노조원들은 지난달 25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해당 기사가 소속된 대리점에선 배송을 위해 본사에 대체인력 파견을 요청했다. 현재 울산 물량들은 인근 양산, 부산 지역 대리점에 집하돼 배송되고 있다.

    파견 인력이 분류, 배송작업을 진행하자 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노조 물량을 빼돌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현재 노조는 본사가 분류 임금 지급 관련 교섭에 직접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분류작업만을 거부했을 뿐, 배송이라는 본 업무를 중단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본사는 다른 지역으로 물량을 빼돌려 노조를 방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수도권 등 타 지역 노조원과 연계한 쟁의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의 입장은 다르다. 택배 기사가 각 대리점에 소속된 개인사업자인 만큼 본사가 직접 교섭에 참여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사 입장에선 기사와의 계약 당사자인 대리점과 노조원 간의 대화창구 마련이 최선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노조에서 주장하는 ‘물량 빼돌리기’도 화주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일 뿐, 노조 방해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역에서 고객 불만이 빗발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노조에선 분류만 거부했을 뿐 배송을 거부한 건 아니라고 하지만, 분류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업무 특성상 대체인력 투입은 불가피하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기사 개인과의 계약 주체가 각 대리점인 만큼 본사에서도 관련 논의에 직접 개입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대체인력 파견의 경우도 해당 대리점에서 요청해 진행했으며, 화주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분류 수수료 관련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1년 2월엔 택배 대리점이 회사를 상대로 낸 비슷한 소송에서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소송을 기각하며 “화물분류 작업은 회사뿐 아니라 원고를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노조는 앞선 대법원 판례도 부당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 ▲ 2011년 배송수수료 소송 관련 판결문
    ▲ 2011년 배송수수료 소송 관련 판결문
    그 사이 지역 소비자들은 불편을 쏟아내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엔 “일주일 째 택배가 오지 않는다”, “노조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협의를 진행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오픈마켓, 인터넷 쇼핑몰 들은 배송지연과 관련한 공지사항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12일부터 시작된 성남, 여주지역 분류 작업 불참으로 수도권 지역 일부에서도 배송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당지역에서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대체 업체 활용 등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일부 업체에서는 신선식품 등 제때 도착해야 하는 제품들은 아예 판매조차 않고 있으며, 배송 관련 고객 불만이 많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