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지분 전량 매각으로 현금 확보한화 자본 확충 규모 크지 않아…M&A 자금으로 판단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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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이 비주력계열사 매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날 SK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돌면서 한화도 경쟁사로 언급되는 등 여러 설이 돌고 있지만, 한화 측은 현재 확보된 자금이 인수합병(M&A)에 사용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잇달아 매각하며 자본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5.99%(584만7511주)를 블록딜 형태로 전량 매각하며 2514억여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한화 측은 KAI 주식매각에 대해 "글로벌 항공엔진 제작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해석은 엇갈렸다. 앞서 한화는 한화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던 웅진케미칼 지분 전량을 매도했고, 한화건설 역시 경주 하수처리사업권 지분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이처럼 한화가 재무유동성 확보에 나서자 그동안 방산분야를 확대해온 만큼 새 매물을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해석과 함께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인수설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특히 한화가 지난해 항공산업 진출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점은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싣게 하는 대목이다.

    한화는 지난해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한 '에어로K'에 160억원을 투자했지만 국토부가 LCC 산업이 포화 상태라는 이유로 신규 면허 발급을 거부한 바 있다. 한화가 항공업에 진출할 경우, 항공기 부품·정비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테크원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한화의 자금 확보와 관련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의 자본 확충은 규모로 봤을 때 큰 건이 아니기 때문에 M&A 자금으로 쓰인다고 보긴 무리"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의 소문일 뿐, 팩트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 역시 "최근 돌고 있는 진에어 인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확보된 자금은 부채 상환, 시설 투자 등에 회사가 알아서 활용할 예정이다. M&A 자금으로 쓰이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한화의 성장 스토리에서 M&A는 뺄 수 없는 요소다. 김승연 회장은 그동안 굵직한 M&A로 그룹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삼성그룹으로부터 한화토탈(구 삼성토탈), 한화종합화학(구 삼성종합화학), 한화테크윈(구 삼성테크윈),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을 인수한 경우다. 

    약 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M&A에 당시 일각에서는 무리한 인수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김 회장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이후 한화의 재계 순위는 10위에서 8위로 올라갔고, 인수된 회사들도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한화토탈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5162억원으로 늘었고, 한화종합화학도 지난해 621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화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자본이 사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실시한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다만 한화는 순환출자가 없고, ㈜한화와 에이치솔루션(구 한화S&C)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 계획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화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복잡해 단기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따라서 당분간은 집중적으로 자금이 쓰이는 특별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의 자본 확충은 글로벌 태양광·방산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 재원 확보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5년 태양광 사업의 양대 축이었던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한화큐셀로 통합해 세계 1위 태양광 회사로 재탄생했다.

    방산 부문에서도 국내 1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화 방산 계열사들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에 방산 통합 부스를 열고, 미국과 중남미 등 방산시장 진출을 목표로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가 그동안 M&A를 통한 사업다각화로 성장을 이룩한 것은 맞지만, 지금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태양광 쪽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는 만큼, 주력 사업에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