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청소기' 공방 재점화… 다이슨, 법원 '기각' 결정에 '소송' 몽니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이 LG전자의 무선청소 '코드제로 A9'을 상대로 또다시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4월 법원이 다이슨의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LG전자의 손을 들어준 이후 3달 만에 소송카드를 꺼내 든 것.

업계에선 이번 소송을 두고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세를 겪고 있는 다이슨이 LG전자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위한 시도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24일 다이슨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 23일 LG전자를 상대로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의 일부 표시·광고 문구에 대한 본안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다이슨은 이번 소송과 관련한 의견문에서 "다이슨은 모든 국가에서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며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주는 표시·광고는 사실에 근거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LG전자의 일부 광고가 제품의 성능을 허위·과장된 내용으로 표시해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다고 판단, 충분히 소명하고 입증하기 위해 본안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양사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지난해 11월 다이슨이 코드제로 A9 광고와 관련해 흡입력, 모터 속도, 필터 성능 표시 등을 일부 과장 표기해 광고하고 있다며 LG전자를 상대로 낸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 내용과 같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다이슨은 시험기관들의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코드제로 A9의 마케팅 자료('최고 수준 140W의 흡입력', '비행기의 제트엔진보다도 16배 더 빨리 회전하는 스마트 인버터모터')가 소비자들의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코드제로 A9의 성능 표현이 전문 인증 시험기관의 객관적인 측정 방법에 따라 시험한 결과를 인용했고, 소비자의 오인을 초래하는 등의 사정도 보이지 않아 과장 광고로 보기 어렵다"며 지난 4월 24일 다이슨의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회사 측은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를 추가로 고려하고 있다며 항소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다이슨 관계자는 "이번 소송 역시 소비자들에게 제품 성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현재까지 기각 가능성에 대해선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업계는 다이슨의 잇따른 소송전에 대해 다소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2015년, 2016년 LG전자가 다이슨을 상대로 펼친 소송 모두 다이슨 측의 광고 중단 및 재발 방지 약속으로 마무리된 데 이어, 올해 역시 법원이 LG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등 관련 내용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LG전자 측은 "지난 4월 법원이 기각한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 내용과 같은 내용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아직 소장을 전달받지 못한 만큼 추후 소장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지난해 상반기 80% 수준에 달했던 다이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코드제로 A9 등의 인기로 현재 40%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핸디스틱형 무선청소기 시장이 올해 70만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다이슨으로선 LG전자의 지속적인 시장 장악력 확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기각된 지 불과 3달 만에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코드제로 A9을 비롯 LG전자 브랜드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슨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지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전과 같이 소송이라는 자구책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이슨 입장에선 LG전자를 소송전에 끌어들여 이슈화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