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실적 곤두박질韓·中소비자 외면 탓… 해외 법인도 손실 지속믿었던 면세점 매출도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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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 브랜드 중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MCM가 흔들리고 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인수한 후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최근 매출 하락과 대표 백화점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봉착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CM을 아시아의 '루이비통·샤넬 급' 명품으로 키운다던 김 회장의 야심 찬 청사진에 경고등이 켜졌다.
◇실적 곤두박질… 주요 백화점서 밀려나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CM을 전개 중인 성주디앤디의 지난해 매출은 51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135억원, 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62.2 % 감소했다.
MCM 브랜드 생산·판매 법인인 성주디앤디는 지난 2005년 독일 명품 MCM 본사를 인수한 성장 가도를 달렸다. 특히 MCM은 국내 대표 잡화 브랜드로 입지를 확고하고 일부 해외 명품의 매출을 넘기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성주디앤디의 매출은 2007년 1219억원에서 2012년 3700억원, 2014년 5899억원으로 정점을 찍더니 2015년 5645억원, 지난해 5791억원으로 줄었다. 2007년 193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3년 824억원으로 정점을 찍더니 2015년 683억원, 지난해 65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MCM의 신장률은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매년 20~30%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MCM은 지난 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보테가베네타에게 매장을 내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MCM은 구찌, 버버리 등 명품들과 알짜 매장 위치에 나란히 입점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MCM 매장 철수는 오래 전부터 진행돼 주요 핵심 상관에서 정리된 바 있다"면서 "명품 브랜드의 필수 조건인 국내 백화점 입점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
◇가격 정책 '실패'… 주요 고객 中 인기 시들MCM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는 배경에는 가격 정책 실패와 함께 주요 소비자던 중국 소비자의 외면에 있다고 분석이다.
MCM은 '명품화 전략'을 구사하며 고가 정책을 고수한 게 소비자들로부터 가격 저항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전에는 중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의 MCM에는 100만~2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 지난 FW시즌 털 귀마개가 200만원이 넘는 고가에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의 논란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MCM 관계자는 "해당 귀마개의 경우 덴마크산 100% 밍크털 소재로 제작됐고 염색 작업이 아닌, 한올 한올 수작업으로 밍크털을 이어 붙여서 만들었다"면서 "따라서 단순히 원가로 계산을 할 수 없는 제품"이라고 선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의 전반적인 침체도 있지만 MCM의 경우 신상품, 히트상품 등 뚜렷한 주력상품의 부재가 브랜드 이미지 노후화로 소비자층 이탈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어왔지만 최근 이들에게도 MCM의 인기가 하락한 점이다. 여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매출에 직격탄으로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7년 면세점 브랜드별 판매실적 순위 자료에 따르면 MCM의 국내 면세점 매출 순위는 2013년 6위(1100억원)에서 2014년 4위(1450억원)로 올랐다가 이듬해 12위(1166억원)로 내려갔다. 2016년 13위(1400억원)에서 지난해엔 22위(1294억원)까지 떨어졌다.
면세점과 함께 주요 백화점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경절 기간 중국인 은련카드 사용액을 보면 MCM은 과거 인기 브랜드 상위 10에 들었지만 지난해 모조리 빠졌다.
A 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많이 구매하는 상품들은 샤넬, 루이비통, 까르띠에 등 명품들이 많다"며, "이외에도 설화수와 같은 한국 화장품도 인기가 높으며 최근 SNS 등의 발달로 인해 휠라, 뉴발란스 등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상품들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주요 해외법인도 지속적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MCM 베이징법인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당기순손실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2016년, 2017년에는 각각 13억원, 2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매장 수를 줄이기 등 구조조정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도 MCM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각각 35억원, 65억원, 79억원 적자로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해 전세계 총 매출은 5억 달러에 달하는 MCM은 2020년까지 연매출 10억 달러가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 세계 40개국 50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