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행사 무색한 세미나·컨퍼런스 프로그램, 아쉬움 남겨 국고에 의존하는 부산국제광고제. 자생력 갖춘 콘텐츠 개발 시급
  • ▲ 부산국제광고제 출품작수 및 예산규모 현황. ⓒ뉴데일리
    ▲ 부산국제광고제 출품작수 및 예산규모 현황. ⓒ뉴데일리
    국내 유일의 글로벌 광고제인 '부산국제광고제(ADSTAR)'가 3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25일 폐막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부산국제광고제는 총 2만 여 편의 출품작을 선보이며 양적으로는 글로벌 유수의 광고제와 견주어 큰 성장을 이뤘지만 '명분'만 남고 '권위'는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뉴데일리경제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부산국제광고제가 열린 부산 벡스코를 찾았다.

    올해 출품작 수는 총 2만342편으로 이 중 국내 작품이 32%, 해외 작품이 68%를 차지했다. 출품 현황으로 보면 약 25%가 일반 개인, 나머지 75%가 기업이 출품한 광고였다.

    칸 국제광고제(Cannes Lions)를 비롯해 뉴욕페스티벌, 클리오어워즈, 원쇼(One Show), 디앤에이디(D&AD) 광고제 등 글로벌 국제광고제뿐만 아니라 스파익스아시아(Spikes Asia), 애드페스트(ADFEST) 등 아시아·태평양 국제 광고제와 달리 부산국제광고제는 유일하게 출품료가 무료다.

    때문에 일반 개인은 물론 소규모 기업들도 부담없이 작품을 출품할 수 있어 부산국제광고제 출품작 수는 매년 성장세를 보였다. 1회 때인 2008년 출품작수는 29개국 3105편에서 2012년 57개국 1만편을 넘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2만편을 넘어섰다.

    이처럼 출품작 수가 늘며 칸 국제광고제, 원쇼, D&AD에 이어 출품작 2만편 이상을 보유한 광고제가 됐지만 양적 성장에 걸맞는 질적 성장은 아쉽다는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글로벌 마케팅 그룹 메켄(MRM/McCann)의 크리에이티브 담당자인 츄 펭(Chu Feng) 씨는 "부산국제광고제는 너무 로컬(한국)에 집중한 행사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글로벌 행사로 보기엔 아쉽다"며 "외국인들을 위한 인프라를 더욱 확충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페이스북(Facebook) 싱가포르에서 크리에이티브 샵을 담당하고 있는 클레어 데이비드슨(Claire Davidson) 씨는 "5년째 부산국제광고제를 방문했는데 매년 세미나와 컨퍼런스 부분이 너무 아쉽다"며 "연사로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잘 모르는 사람이다. 현직 광고인들이 광고제에 오는 이유는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보기 위해서인데 그 수준을 향상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국제광고제는 올해 키노트 스피치 연설자로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이사를 비롯해 서황욱 구글코리아 전무, 아리 하퍼(Ari Halper) FCB N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내세웠다.

    행사 기간 동안 진행된 다양한 세미나와 컨퍼런스에 수십여명의 광고 전문가가 연사로 나섰지만 행사장을 찾은 글로벌 광고전문가들의 수준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쉽다는 평가였다.

    글로벌 광고업계 동향을 전반적으로 훑기에는 국내 업계 중심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는 지적이다.  

    국내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부산국제광고제에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심사위원이나 광고업계 스타가 부재했다"며 "WPP, 옴니콤 그룹(Omnicom Group),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 인터퍼블릭 그룹(interpublic Group), 덴쯔(Dentsu Inc)와 같은 글로벌 톱5 업체 본사에서 세션을 진행하거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산국제광고제는 부산국제영화제, 원아시아 등과 함께 부산을 글로벌 문화 콘텐츠 도시로 육성한다는 명분은 너무도 훌륭하다"면서도 "그러나 글로벌 광고제의 권위를 갖추지 못한다면 매년 부산국제광고제를 찾는 글로벌 광고인들의 발길은 뜸해질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 ▲ 2018 부산국제광고제에서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이사가 키노트 스피치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 2018 부산국제광고제에서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이사가 키노트 스피치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부산국제광고제는 올해 21억70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이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6억7000만원, 부산시에서 7억원을 후원했으며 부산국제광고제조직위원회 자체 예산 8억원을 집행했다. 매년 10억원이 넘는 국고를 부산국제광고제에 지원하고 있다.

    부산국제광고제 예산은 2008년 13억5000만원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엔 27억200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부산국제광고제가 글로벌 국제광고제와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언제까지 정부의 후원으로만 행사를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지역 행사가 글로벌 행사로 자리잡기 위해서 초기 지원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올해로 11회째를 맞은만큼 부산국제광고제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수익모델을 마련해 자립하지 못한다면 부산국제광고제의 경쟁력은 매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출품료 무료 정책이 부산국제광고제 규모를 키운 원동력이 됐지만 출품작의 퀄리티나 광고제 권위에 있어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부산국제광제는 출품료 무료 정책과 자체 수익모델에 대한 질문을 매해 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발전이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환진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은 "출품료 무료 정책은 당분간 유지하며 앞으로 자생할 수 있는 부산국제광고제만의 자체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의자 부산국제광고제 고문과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부산국제광고제를 이끌다 올해부터 단독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최 위원장은 부산국제광고제가 자생할 수 있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부산시와 함께 '크리에이티브 파크'라는 크리에이티브 관련 종합적인 관광 명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부산 '크리에이티브 파크'는 광고, 영상, 게임, AR, 음악, 디자인, 애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 유튜브 등 모든 창조 사업을 아우르는 집결지를 뜻하며 부산 해운대 인근을 부지로 물색하고 있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광고제에는 약 5만여 명의 국내외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이 중 유료관람객은 3000여명으로 전체의 약 6% 수준에 그쳤다. 

    부산국제광고제 수상작 중 최고의 두 작품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그랑프리(Grand Prix of the Year)' 중 공익광고·PSA(Public Service Advertising) 부문은 호주 호스트 하바스(Host/Havas)의 '팔라우 서약(Palau Pledge)'이, 제품서비스광고·P&S(Product&Service)부문은 미국 피츠코 맥캔 앤 카사노바 맥캔(Fitzco/McCann&Casanova/McCann)의 '코카콜라 1000개의 이름을 공유하다(Share a Coke 1,000 Name Celebration)'가 수상했다.
  • ▲ '2018 부산국제광고제(AD STARS 2018)'가 23일 오프닝 갈라쇼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 '2018 부산국제광고제(AD STARS 2018)'가 23일 오프닝 갈라쇼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