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전 생산·사물함서 불… 멈춘 상태 화재 불안 해소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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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차량은 2004년 이전 생산된 모델이어서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리콜대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구식 모델에 엔진룸이 아닌 조수석 쪽에서 불이 난 것으로 알려져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이 이슈인 이번 화차(火車) 게이트와는 결이 다른 사고로도 읽힌다. 화재 원인조사가 끝나봐야 하지만, 멈춰 선 상태에서도 불이 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 불안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공단 회의실에서 'BMW 피해자 모임'과 만나 차량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피해자 모임은 BMW 520d 차량의 고속주행 스트레스 시험 등 총 6가지를 요청했다. 피해자 모임의 조사요구 사항에는 지난달 11일 인천 모 운전학원 근처에서 정차 중 불이 난 흰색 BMW 120d 차량에 대한 시뮬레이션 시험도 포함됐다. 시동을 건 BMW 120d를 주차상태에서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 화재 여부를 살피자는 것이다.
피해자 모임은 불이 차량 실내사물함 쪽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화재 원인이 BMW 측의 주장대로 디젤엔진 EGR 결함이 아니라 외국의 보고 사례처럼 전기배선 결함이나 전기적 과부하 때문일 수 있다는 견해다.
공단은 화재 차량을 확보한 뒤 제작결함과 관련 있다고 판단되면 같은 모델의 차량을 사서 시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불이 난 120d 차량이 사고신고 등을 하지 않아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공단 한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해보니 담벼락 쪽에 소화기만 있을 뿐 차량은 이미 치워져 보지 못했다"며 "소방서, 경찰서 등에 신고된 게 없고 보험 처리한 내용도 찾을 수 없어 경찰에 차량 소재 파악을 요청한 상태로, 아직 연락이 없다"고 부연했다. 사고 당일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은 "11일 인천에서 BMW 화재와 관련해 접수된 신고는 없었다"고 했다.
120d 차량은 BMW 리콜대상 차종이다. 사라진 화재 차량은 해당 모델 가운데 올 들어 처음으로 화재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주행 중이 아닌 정차 상태에서 불이 나 소비자 불안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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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로로 수소문한 내용을 종합하면 해당 차량은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주가 외국에서 직접 수입한 차량으로 보인다.
특히 2004년 이전 생산된 구식 차량이어서 알려진 것과 달리 이번 리콜대상 차량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BMW 측은 지난 7월 리콜을 결정하면서 2011년 3월 생산된 모델부터 리콜 대상에 포함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차량이 10년 이상 지난 오래된 모델이고 불이 엔진룸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EGR 결함이나 EGR 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 조작과는 결이 다른 사고가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한 관계자는 "리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라 (현재로선)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공단이 해당 차량을 확보해 조사를 벌여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해당 차량에 대해 추가로 확인된 내용을 참작할 때 전기배선 결함 등 다른 원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차량이 멈춘 상태에서도 불이 날 수 있다는 소비자 불안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