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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수입차 수난시대다. 한일관계 개선 양상으로 일본차 브랜드들의 판매 악화가 옅어질 기미를 보이자, 이제는 BMW의 화재사고 이슈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판매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입차업계는 연이은 악재에 걱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발생한 5건의 화재사고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이 중 3건은 이미 지난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리콜 대상 차량이다. 따라서 리콜 완료 차량에서 향후 추가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BMW코리아 측은 이들 차량 화재원인으로 320d는 배기장치, 525d는 매연저감장치(DPF) 손상, 640d는 침수사고 이력 등과 관련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직접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판매 회복에 매진하는 BMW코리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4월 8년만에 새롭게 단장한 뉴 3시리즈가 국내 시장에서 지지부진한 가운데 다시 한번 불자동차 이미지까지 더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MW 3시리즈의 올해 1~9월 판매량은 3794대에 그쳤다. 8년만에 신차를 선보였지만 월 평균 400대 정도밖에 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3시리즈가 예년 월 평균 1500~2000대 가량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란 점을 감안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그새 벤츠와의 판매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3만261대로 벤츠의 5만4908대와 1.8배 정도 차이난다. 이 와중에 화재 사태가 다시 한번 불거져 올해 남은 기간 판매 회복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입차업계는 일본차 판매급감에 이은 BMW 화재 이슈로 다시 한번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앞서 일본차 브랜드들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진행된 불매운동으로 판매 급감을 경험했다. 일본차는 지난 6월에만 해도 3964대에 팔리는 등 내수에서 선전했지만, 점차 감소하며 9월 판매량은 1103대로 뚝 떨어졌다.
다행히 한일 갈등은 현재 조금씩 사그라드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10월 2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한일관계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일 태국 방콕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짧은 악수를 나누며 환한 미소를 보이기도 한 것이다. 한일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후 4개월만이다.
태국 방문 기간 중에도 양국 정상이 수차례 만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여, 어떠한 얘기를 나눌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BMW가 리콜을 끝냈음에도 화재가 이어진다면, 품질 문제로 불거질 수 밖에 없다"며 "이번 화재 이슈가 또 언제까지 지속될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며 향후 일본차 브랜드 판매 회복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BMW에 또 다시 화재 이슈가 불거져 업계 전반적으로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