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 농업 인구 유입을 위한 농촌 인프라 조성 정책이 요구된다.ⓒ뉴데일리경제
    ▲ 청년 농업 인구 유입을 위한 농촌 인프라 조성 정책이 요구된다.ⓒ뉴데일리경제

    정부가 일자리 부족과 농촌 인력난 해결책으로 청년 농업인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정책 다수가 시한부 정책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일정 기간 농사 또는 농업법인 취업을 조건으로 돈을 대주는 방식으로는 농촌 장기 정착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농업직 공무원 경쟁률은 치열해, 농촌 일자리 양극화도 우려된다.

    후계농 육성에 돈 쏟아 부으면 된다?…  자부담금 조차 대출 받는 청년들

    강원도에서 고추 농사를 하는 농업인 A(27)는 자본금 80만 원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토마토 농사짓던 아버지를 따라 농촌에 입문했지만, 품목이 달라 사실상 창업농이나 다름없었다.

    A씨는 농사에 필요한 모종과 상토 등을 외상으로 빌려서 시작했다. 갖고 있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후계 농업인 지원 사업 대상에 선정됐지만, 사업 필수 요건인 자부담금이 부족해 은행 대출을 받았다. 빚이 빚을 부른 것이다.

    A씨는 이처럼 열악한 영농 기반 외에도, 농촌에 어울릴 또래와 문화가 부족한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충청도에서 배 농사를 하는 B(43)는 후계 농업인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대를 이어 20년 째 배 농사 중이다.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직업 만족도는 낮다. 매출에서 경영비를 빼고 나면 한해 쥐는 돈은 2000만 원 남짓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가족 소유의 땅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B씨는 농촌에 내려와 달리 할 게 없어 배 농사를 계속하고 있다. 귀농해서 성공하려면 최소한 내 땅이 있어야 한다. 내 땅이 없으면 힘들다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청년 영농 정착 지원금을 올해(74억 원)보다 많은 233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농촌에서 일할 청년을 채용하는 업체에 돈도 지원한다. 농업 인턴을 고용하는 영농법인에 최대 100만 원, 농촌 소외 계층을 돌볼 청년 고용 업체에 최대 5000만 원을 지원한다.

    예비 농업인을 대상으로 대학교 장학금도 지급한다. 장학금 받은 학기 수의 6배에 해당하는 기간만 농사를 지으면 된다. 4(8학기)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면, 졸업 후 4년 동안만 농사를 지으면 된다.

    그러나 이런 사업이 청년들의 농촌 장기 정착을 유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원 기간이 농업 인턴제는 최장 6개월까지, 영농 정착 지원금은 최장 3년까지다.

    내년 처음 시행하는 예비 농업인 장학금 사업도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후 의무 영농 기간만 채운 뒤 이직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어, 사실상 한국농수산대학의 도시 버전아니냐는 지적이 우려된다. 3년제로 운영되는 한국농수산대학은 수업료를 전액 국비 지원하며, 졸업 후 6년의 영농영어 의무가 부여된다.

    농업직 공무원 경쟁률 332:1농업 인재 쏠림 현상

    반면 농업직 공무원 경쟁률은 드높다. 올해 서울시 농업직 공무원 시험은 3명 모집에 996명이 몰려 경쟁률 3321을 기록했다. 서울시 공무원 모든 직렬을 통틀어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서울시 시험은 지역 응시 제한이 없어, 전국에서 농업직 수험생이 몰려든 탓이다.

    지방 농업직 시험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올해 경기도 농업연구사(작물) 채용에는 4명 모집에 223명이 지원해 55.8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또 경기도 농촌지도사는 1명 채용에 54명이, 전주시 농촌지도사(농업)2명 모집에 108명이 지원했다.

    지방 농촌지도사 시험은 국가직 및 서울시 농업직 공무원과 달리, 농업 분야 전문대 졸업 이상인 사람만 응시할 수 있다. 사실상 농과대학 재학생졸업생끼리의 경쟁이다. 대학에서 농업 교육을 받은 인재들의 공무원 쏠림 현상이 우려되는 이유다.

    전라북도에 거주하는 40대 공무원 C씨는 농촌에서는 공무원 아니면 할 게 없다교통도 불편하고 놀 곳도 별로 없는데 그나마 공무원 생활을 하면 괜찮다라고 자조했다. 그만큼 비농업인에게는 농촌 생활이 불편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