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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썹 마크를 꼭 확인하세요!"
장을 보러 가면 한번쯤은 마주치는 그 이름. 학창시절 '가정' 시간에도 배웠던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식품을 살 때는 꼭 해썹 마크를 확인하라'는 세뇌 아닌 세뇌를 당해왔을 것이다.
해썹은 식품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해 식품의 원재료 생산, 제조, 가공, 보존, 유통을 거쳐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식품을 섭취하기 직전까지 각각의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해한 요소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를 말한다.
간단히 말해 식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위해 가능성이 있는 요소를 찾아 분석하고, 예방, 제거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해썹 제도의 도입 준비에 들어갔으며 1995년 12월에 식품위생법으로 해썹을 첫 도입했다. 이어 2002년에 해썹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무려 25년이 넘는 해썹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이론대로라면 식품 안전성을 크게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풀무원푸드머스가 공급한 ‘초코블라썸케익’과 관련 식중독 의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기준, 지방자치단체 보건소로부터 보고받아 집계한 결과 이 제품을 먹고 식중독이 의심된 환자수는 2207명에 달했다.
이에 풀무원은 “해당 제품은 식품제조업체인 더블유원에프엔비가 지난 8월 말 생산한 제품 중 일부로, 저희 회사는 식약처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고객 여러분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통중인 제품을 자진 회수하고 판매중단 조치했다”며 “또한 빠른 시일 내에 식중독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당국의 역학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자체조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회사는 이번 일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계기로 제조협력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 철저한 위생 관리로 안전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성심과 성의를 다하겠다”며 “식약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제품위생 및 유통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제품을 만든 업체가 식약처로부터 해썹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다. 해썹 인증이 식품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하며 해썹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는 십수년에 걸쳐 식품 안전성에 구멍이 뚫린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동안 해당업체들이 내놓은 말은 하나같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민들은 안전하지 못한 식품에 노출된 채 또 똑같은 업체들의 변명과 사과를 들어야 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식품 안전은 사업 진행 중 가장 예민하고도 어려운 문제"라며 "늘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돌발상황과 모든 변수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썹이 식품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국민들에게 꽤나 큰 충격이다. 장을 볼 때 믿을 구석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식품 당국이 안전성에 대한 보다 견고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들은 오늘도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저녁상을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