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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 시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쉽지 않은 성이었다. 10년도 넘은 '한류(韓流)'로 기대감이 높아지자 일본을 두드린 한국 기업들이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실패가 잇따랐지만 일본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었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문화도 비슷한 일본은 전세계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미식과 패션 등 다방면으로 발달해온 일본, 그리고 수도인 도쿄(동경). 다국적 기업이 몰려든 치열한 경쟁 속, 한국 기업 역시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국내업체들의 현재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도쿄 = 임소현 기자] 하라주쿠 거리로 진입할 수 있는 메이지진구마에 역. 출구에서 나와 오모테산도 거리 쪽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이니스프리 매장이 눈에 띈다. 프리미엄급 화장품 브랜드가 이어진 거리 사이에 이니스프리가 그 위상을 과시하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이니스프리를 통해 일본 재진출을 시도, 올해 초 1호점으로 오픈한 상징적인 매장이다.
지난 15일 점심께 찾은 이 매장에는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방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오피스 룩을 입은 젊은 여성들은 꼼꼼하게 제품을 살펴보고 직원들에게 설명을 들었다.
"어서오세요"라는 뜻의 일본어가 주기적으로 이어졌지만, 차분한 톤이었다. 이니스프리만의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담긴 매장 안은 방문객들이 많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아한 고요함이 깃들어 있었다.
일본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제품은 모두 850여종에 이른다. 일본 전용 패키징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국어가 그대로 적혀 있다.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노세범 미네랄 파우더는 한국에서도 인기제품이다.
홍재영 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 팀장은 "이곳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1호점이 몰려있는 상징적인 곳으로, 이니스프리의 1호점 역시 이곳으로 결정됐다"며 "주요 타겟층은 OL(오피스 레이디) 층이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주변 직장인들이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매장은 더바디샵과 생활나무(生活の木) 사이에 위치해있다. 이 두 업체 모두 이니스프리와 궤를 같이하는 자연주의 브랜드다. 일본에서는 자연친화적인 화장품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 팀장은 "스킨케어, 바디, 헤어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하는 이니스프리는 일본 최근 화장품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업체 신뢰에 보수적인 일본인들에게 제품으로 먼저 다가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이니스프리 2호점은 1호점에 비해 조금 아담했다. 그리고 조금 더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눈에 띄었고, 점원들의 인사도 조금 더 활기차게 느껴졌다.
이 거리에 위치한 에뛰드하우스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화장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요코(15)씨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에뛰드하우스는 인기가 많다"며 "귀엽고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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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팀장은 "일본인들은 새롭게 진입한 업체에 대해 신뢰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며 "이니스프리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부터 탄탄하게 다지고, 이미 입지 확보에 어느정도 성공한 에뛰드하우스와 함께 일본 시장에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니스프리 일본 내 매장은 이달 오픈할 오사카 매장까지 포함해 연내 4개로 확대될 계획이다. 이후 내년에도 4개 이상 오픈을 목표하고 있다. 초창기 진입 단계로, 반응을 지켜보며 확대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 팀장은 "한국 화장품에 익숙해진 일본인들이 많다"며 "시세이도, 록시땅 등 자국과 외국계 브랜드가 꽉 잡고 있는 일본 화장품 시장이지만 한국 화장품이 가진 강점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켜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