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국감서 의지 밝혀… 시민단체 '지지'영업기밀 누출, 공급 감소, 로또분양 등 부작용 우려
  • ▲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 출석,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 출석,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발주하는 공공주택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원가를 공개한 데 이어 서울시마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건설 및 주택업계에서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범여권과 시민단체의 경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 개선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박원순 시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소신을 묻자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동영 대표는 "SH공사가 분양원가 62개 항목을 공개하다가 12개로 줄여 공개를 하나마나한 것으로 날려버렸다"며 "후퇴한 공공주택 정책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시장은 "(SH공사의 분양원가 공개 축소가) 잘못된 것 같으며 의원 말씀에 동의한다"며 "법률 개정에 맞춰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공개하는 분양원가 대상 항목에는 기존에 공개한 사업비 총액 외에 설계내역서, 도급 및 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9월 경기도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이들 정보와 관련해 공개해도 건설사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을 침해하지 않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도는 9월부터 도 및 직속기관이 발주하는 계약금액 1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 원가를 공개했다. 도는 도와 직속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발주계획과 입찰공고, 개찰결과, 사업비 총액 등이 담긴 계약현황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공개한 것은 공사내역서로, 종전까지는 정보공개청구가 있을 때만 공개했다.

    도는 "법률자문에서 민간이 참여한 일반분양주택 원가공개가 건설사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공익적 차원에서 정보공개가 민간건설사의 사익보다 우선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도의 공개 대상은 경기도시공사와 민간건설업체가 함께 공급한 아파트로, 경기도시공사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건설업체가 설계와 건설, 분양을 맡는 형태의 민간참여 분양주택이다. 공개 결과 아파트 실제 건축비와 소비자에게 분양한 건축비는 3.3㎡당 최대 26%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지사는 지난 19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에서 공공건설 공사에 대한 원가를 공개하고 도내 31개 시‧군까지 설득해 동참하도록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분양원가 공개는 범여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아왔다. 분양원가를 공개해 누구나 분양가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되면 소비자들이 분양가 세부내역을 들여다보면서 거품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집값의 출발점인 분양가가 낮아지면 시장을 왜곡시키는 '거품'이 제거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세도 조정기에 접어들어 전체 적인 집값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투기세력의 활동폭도 좁아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확대되면 사실상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 분양가까지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 실천연합은 "공공아파트뿐만 아니라 선분양하는 아파트들은 모두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해 소비자들이 적정한 분양가인지 검증하고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누구나 검증할 수 있는 구조로 확립돼야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공공분양 아파트의 원가공개 항목을 확대하는 것은 공공건설 공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분양가 거품을 바로잡아 주택가격을 안정시켜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정부도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주택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12개에서 61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규칙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정동영 대표의 대표발의로 같은 해 9월 국회 국토위를 통과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에 1년째 계류 중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 10일 국감에서 "분양원가 공개 추진은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 개정으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만큼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원가 공개가 기업 비밀인 만큼 원가를 강제로 공개하는 것은 다른 업종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특히 건설사가 원가공가로 인해 공공건설공사에 참여하지 않아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 및 분양업계에서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원가 공개는 자재비는 물론, 인건비 등 건설공사의 △원가 △설계명세서 △원·하도급 가격 비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자재 하나를 구매해도 어느 한 곳에서 정해진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 아닌데 일일이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무리"라며 "분양가에 원가 반영 등 기업의 기술 노하우를 포함된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다.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등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급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공급 감소로 인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앞서 참여정부가 분양원가 공개 제도를 도입한 뒤에도 공급물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집값이 급등한 바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건설사별로 비용절감이나 물량 확보 등 노하우가 누출되므로 상당한 부담을 느껴 주택공급은 줄 것이고, 집값도 잡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분양 단지마다 제각각인 분양가에 소비자들도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공사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결국에는 건설사의 영업 노하우와 사업성까지 공개돼 수주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건설사와 발주처, 건설사와 계약자간의 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결국에는 정부 공급대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원가를 공개해 가격을 낮추면 시세차익을 노린 '로또청약' 부작용도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공개를 해 분양가가 낮아지더라도 '로또당첨'이라는 말이 많은 분양시장에서 투기는 더욱 과열될 것"이라며 "집값을 잡기 위해 시행한다는 원가 공개가 주택공급 감소와 로또청약으로 인해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