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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철도 공공성 강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벽지 노선 등에 대한 철도 공익서비스(PSO) 보상 규모가 지난 2016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흑자행진을 이어가던 때의 보상 수준이어서 앞으로 코레일의 ㈜에스알(SR)과의 통합 주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그동안 코레일은 SR이 알짜노선만 운행하는 데 반해 자신은 벽지 노선 일반열차를 운행하는 탓에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고, 재무구조 악화는 벽지 노선 운행 축소 등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해왔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도 PSO 예산안은 3528억원이다. 올해 3238억원보다 290억원쯤 늘어난 규모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당의 공공성 강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야당도 벽지 노선이 두메·낙후지역 주민의 이동권 보장과 관련돼 있어 정부 예산안이 삭감되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벽지 노선에 대한 정부 PSO 보상률이 지난 5년 새 89%에서 59%로 30%나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벽지 노선 운행에 따른 코레일의 손실액은 중복되는 비용 등을 뺀 정산액을 기준으로 2013년 3860억원이었다. 정부의 PSO 보상액은 3434억원으로 보상률은 89%였다. 지난해는 정산액 5025억원 중 2962억원을 보상받아 보상률이 59%로 내려갔다.
다음 달부터 470조원을 주무르는 예산 국회가 열리는 가운데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한다면 코레일의 벽지 노선 운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PSO 예산안 3528억원은 올해보다 8.9% 증액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철도 공공성이 강조되면서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9.3%쯤 오른 상태다. 감소세던 예산 규모가 2년 새 18%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코레일 관계자도 "2016년 3509억원이었던 PSO 보상액은 지난해 2962억원으로 대폭 줄면서 3000억원 밑으로 내려갔다"며 "당시 정부 기조가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벽지 노선 운행을 축소하는 계획도 세웠다"고 부연했다. 이어 "내년 정부 예산안은 3528억원쯤으로, 이는 지원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했던 2016년 이전 수준(3509억원)을 회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PSO 보상액은 2013년 3434억원, 2014년 3467억원, 2015년과 2016년 각각 3509억원 규모였다. 보상률은 2013년 89.0%, 2014년 81.0%, 2015년 79.3%, 2016년 78.0%였다. 내년 예산안이 원안대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 지난해 59.0%까지 내려갔던 보상률은 70% 수준까지 올라올 전망이다. -
3500억원 이상, 70%대 보상률은 코레일이 흑자행진을 이어가던 때의 보상 규모다. 코레일은 2014년 1034억원, 2015년 1144억원, 2016년 1539억원의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지난해는 5267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여기서 결산 실적에 반영한 통상임금 관련 소송비용을 빼면 영업 관련 결손액은 2373억원쯤이다.
코레일은 적자 전환을 SR 출범 탓으로 돌리며 수평 통합을 주장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한다. SR은 알짜노선만을 운행하지만, 코레일은 벽지 노선 일반열차를 운행하고 있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고 이는 벽지 노선 운행 축소 등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SR과 통합하면 KTX도 요금을 10% 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코레일의 적자 전환은 SR 출범 탓이 아니라는 게 철도 전문가의 분석이다. SR 출범 이전 SRT 22편성을 KTX 노선에 임시 투입해 1년6개월 간 2000억원 이상의 가욋돈을 챙기고, 2016년 72일간 계속된 역대 최장기간 철도노조 파업으로 7000여명의 인건비 1000억원쯤이 지출되지 않았던 게 중요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설상가상 정부는 철도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큰 폭으로 깎였던 PSO 예산을 흑자가 났던 때의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리고 있다. 코레일로선 적자 운영의 이유를 남 탓으로만 돌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앞으로 통합 주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