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용 계단 부족… 사업비 이유로 출입구 줄고 위치도 바꿔
  • ▲ 신안산선 노선도.ⓒ국토부
    ▲ 신안산선 노선도.ⓒ국토부

    재공모에 이어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됐던 신안산선 건설사업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사업자로 선정된 넥스트레인이 사업비를 줄이려고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하고 이용자 안전과 편의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영등포 주민으로 구성된 신안산선 원안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안산선이 위험천만한 사업으로 변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신안산선 사업은 2013년께 실시설계까지 완료돼 착공만 남긴 상태에서 민자사업으로 전환했다"며 "넥스트레인은 이용자 안전·편의보다 영리를 위해 역 위치와 출구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설명으로는 국토교통부는 공모 시설사업기본계획(RFP)에서 실시설계가 이미 완료된 구간의 정거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출입구 위치를 조정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넥스트레인은 실시설계가 끝난 지역의 정거장을 일부 변경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초 열린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서 넥스트레인 부사장은 '주변 건물 매입비용을 줄이기 위해 역 위치와 출구를 변경했다'고 답했다"며 "주민 편의와 안전보다 사업비를 우선시하는 게 국토부가 말하는 특별한 이유에 해당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위원회는 특히 넥스트레인이 지하 70m 깊이에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비상계단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주민 안전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넥스트레인은 신기술이라고 홍보하며 지하 9층에 승차장이 있는 부산 3호선 만덕역을 언급하지만, 이 역은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지상계단식 출입구가 4곳에 있다"면서 "25층 아파트 높이에 해당하는 지하 70m에 지하철을 연결하면서 출구는 고작 2곳이고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 1개뿐"이라고 부연했다.

    위원회는 "넥스트레인이 주장하는 홍콩, 바로셀로나 지하철에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함께 있다"며 "전 세계 어디에도 엘리베이터만 설치된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부분 화재사고에서 사망원인은 질식"이라며 "25층 깊이 지하에서 비상계단 하나로 많은 사람이 탈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원회는 "엘리베이터만으로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시간대 이동수요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엘리베이터라는 단일 수단을 강요하는 것은 공급자 중심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위원회는 "대림삼거리, 도림사거리는 특정 지역에 아파트단지와 병원, 상권이 몰려 있음에도 그 반대 지역으로 역을 옮기고 획일적으로 승객 유입을 표기했다"면서 "절반 이상의 승객 유입이 예상되는 쪽 출구는 삭제하고 건물매입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주거·편의시설 밀집지역이 아닌 반대편으로 역사를 이동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의 주소를 잘못 표기한 곳도 많다. 대로변 네거리에 있는 역의 출구가 2개소뿐인 곳도 있다"며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충 만들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기업 이윤만 고려하지 말고 애초 계획대로 국민 편의와 안전에 초점을 맞춰 역사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민자철도팀 김태형 팀장은 "화재 등 재난 발생 상황에선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지되므로 계단을 설치한다. 일반계단 2, 특별피난계단 1곳이 있다"며 "다만 최소 8개쯤이 필요한 에스컬레이터가 없어졌다. 대신 출입구당 6~12개의 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이동 수요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은 출입구 위치가 집값과 관련돼 민감할 수 있으나 신안산선이 역당 이용자가 몇만 명씩 되는 수요 많은 노선은 아니다"며 "도심 복판에 지름 20m가 넘는 엘리베이터 수직구를 마련하다 보니 주변 건물을 사들여야 하고, 비용을 고려하다 보니 일부 출입구 위치가 바뀐 곳이 있다. 출입구 추가 설치는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안산선의 연내 착공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에 "아무리 서둘러도 연말에 착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