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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시가 정부에서 관리하는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지난 8월 분양한 1200여가구 아파트 단지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 경기가 더 꽁꽁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경북 영천시를 비롯한 수도권 5곳, 지방 24곳 등 총 29곳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수도권은 △경기 화성시 △평택시 △김포시 △안성시가 해당하고 지방은 △대구 달성군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충남 당진시 △전북 군산시 △경북 안동시 △경남 창원시 등이다.
미분양 관리지역은 주택 미분양 증가가 우려되는 지역을 HUG가 선정해 해당 지역의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하는 제도다.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사업부지를 매입할 때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사업자금 대출에 필요한 분양보증을 받을 수 없다.
이번에 새로 편입된 경북 영천시는 지난 8월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225가구에서 9월말 972가구로 4.3배 가량 크게 늘었다. 지난 8월 분양한 '이편한세상 영천(1210가구)'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분양 증가분을 감안하면 740여가구가 미분양됐으니 절반 이상이 팔리지 않은 셈이다.
특히 이 단지의 청약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이편한세상 영천' 1블록의 경우 1.75대 1의 청약경쟁률로 2순위 마감됐다. 2블록 역시 1.33대 1로 마감됐다. 일부 주택형은 1순위에서 마감될 정도로 지역내 최고 접수율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광역시보다는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도시에서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도 올해 예정된 분양일정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분양 쌓이는 시군구는?지방에 미분양이 쌓이는 건 지역 경제 침체와 공급 과잉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 9월말 기준 시·군·구별 미분양 상위 지역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올 초부터 6000여가구가 넘는 미분양 주택을 보유한 창원시는 지난 9월에도 6807가구로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조선 등 지역 기반 산업이 휘청하면서다. 창원은 인구감소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2015년부터 아파트 공급이 꾸준했고 그 결과 최근 3년간 새로 입주한 아파트만 3만여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위에 이름을 올린 경남 거제시(1700가구) 역시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집이 팔리지 않고 있다. 2위 충북 청주(2806가구), 3위 충남 천안(2651가구) 등은 최근 1~2년 사이 공급이 많았던 지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은 지역 경제가 위축돼 구매력이 감소한 상태에서 공급이 쏟아져 미분양이 느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일단 청약은 했지만 웃돈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