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창신9·10구역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 선정도시재생 1호 선도지역 10년만…80%이상 주민찬성 확보12구역 내달 심사결과 발표 전망…고령 상가주는 '우려'
  • ▲ 창신동 전경. =임희택 기자
    ▲ 창신동 전경. =임희택 기자
    "주민들은 창신동을 도시재생 1호가 아니라 '희생양 1호'라고 생각해요. 정치인 욕심 때문에 수십년째 미개발지 신세입니다." (창신9구역 주민 B씨)

    서울 종로구 창신동이 드디어 재개발된다. 지난 2013년 주민반대로 뉴타운에서 해제된데 이어 서울시 도시재생 1호 선도지역으로 지정됐던 이 일대는 여전히 낙후된 주거여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창신9·10구역이 최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지정되면서 타구역에서도 재개발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찾은 창신동은 노후주거지와 봉제공장이 뒤섞인 모습으로 저녁을 맞고 있었다.

    이 지역 서측엔 해발 약 124m 낙산이 위치해 혜화동·동숭동과 경계노릇을 하고 있다.

    교통인프라 경우 △서울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1·6호선 동묘역 △6호선 창신역이 인근에 위치했다.

    이 지역은 지난 2003년 인근 숭인동과 '창신숭인뉴타운'으로 지정됐으나 2013년 해제됐다. 주민반대율이 30%를 넘은 탓이었다.

    이듬해 서울시는 창신9·10구역이 포함된 종로이북 지역을 도시재생 1호 선도지역으로 지정했다. 재개발을 철회하는 대신 봉제산업을 활성화해 지역을 살리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 ▲ 창신동 한 봉제공장. =임희택 기자
    ▲ 창신동 한 봉제공장. =임희택 기자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봉제산업은 전혀 활성화되지 못했고 지역경제는 여전히 침체된 상태라는 반응이 나왔다.

    10구역 주민 A씨는 "1970년대에만 해도 봉제공장 일감이 많았다. 명절 보름전부턴 낮이고 밤이고 미싱을 돌리며 새옷 사다 입으려는 수요를 겨우 따라가던 호시절도 있었다"며 "노는 공장이 허다하다. 해가 갈수록 상황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운영중인 공장 대부분은 임대인이 공장주를 설득해 유지되는 실정이다. 공장이 나가면 들어올 봉제공장이 없으니 보증금을 내줄 여력이 없는 것"이라며 "재단사가 살던 집엔 외국인노동자 등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이주해왔다. 지역이 점점 쇠락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지난 13일 9·10구역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지정됐다. 정비계획안을 보면 34만㎡ 부지에 최고 29층 6400가구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 10년만이다.
  • ▲ 창신동에 위치한 한 노후상가. 통합재개발추진위원회가 1층을 사용하고 있다. =임희택 기자
    ▲ 창신동에 위치한 한 노후상가. 통합재개발추진위원회가 1층을 사용하고 있다. =임희택 기자
    이 지역은 노후주택 밀집지다. 구릉지를 따라 주택이 산재해 통합개발 필요성도 적잖다.

    이날 9·10·12구역 통합재개발추진위원회는 9·10구역에서 80~90%에 달하는 주민동의율을 확보했다고 알렸다.

    통합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10구역에선 토지소유주 등 1169명과 연락해 현재 83%를 확보했다. 9구역에선 1360명과 접촉해 주민동의율 92%를 확보했다"며 "그동안 재개발서 소외됐던 주민호응이 그만큼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신동엔 지은지 50년이상된 주택이 수두룩하다. 도로가 좁아 마을버스조차 다니지 않는다"며 "도시재생에 800억원이상 예산을 쏟아부었다는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살기 너무 힘들다는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9구역 주민 B씨는 "서울시장이 교체되자 전임자 보란듯 '도시재생 1호' 타이틀을 붙이지 않았나. 다 정치인들 욕심이었다"며 "미개발지 신세가 된 창신동을 두고 주민들은 '도시재생 1호가 아니라 정치적 희생양 1호'라고 한다"고 전했다.
  • ▲ 창신동 한 상가밀집지역. =임희택 기자
    ▲ 창신동 한 상가밀집지역. =임희택 기자
    반면 상가주 등 임대업자들은 반기지 않는 기색이다. 특별한 자산·수입없이 임대료를 벌어 생활하는 고령 임대업자들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상가가 포함된 몇몇 지역들은 결국 재개발구역에서 이탈했다.

    10구역서 상가임대업을 하는 주민 C씨는 "젊을때 번 돈으로 작은상가 하나 사서 월세 받으며 살아왔다. 나이가 들어 새 직업을 구할 형편도 못된다"며 "재개발이 진척되면 이주를 해야할텐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인근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가 등이 포함되면 반대율도 높아지나 보상문제 때문에 사업성도 떨어진다"며 "결국 상가가 모인 골목은 재개발구역서 대부분 이탈한 상황이다. 9·10구역 동의율이 높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신통기획 대상지에 미선정된 12구역도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12구역은 현재 서울시에 주민동의서를 접수한 상황이다.

    J공인 관계자는 "9·10구역은 가파란 구릉지이나 12구역은 대부분 평지다. 동묘앞역·창신역과도 가까워 입지도 좋다"며 "12구역도 이미 주민동의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로 내달 심사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 창신10구역에서 9구역으로 가는 오르막길. 길 양옆으로 주택이 산재해있다. =임희택 기자
    ▲ 창신10구역에서 9구역으로 가는 오르막길. 길 양옆으로 주택이 산재해있다. =임희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