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통합논의 후 처리", 민주당 "KTX 임대는 배임"국토부 "공기업 공익역할 고려해야… 계속 협의할 것"
  • ▲ SRT.ⓒ연합뉴스
    ▲ SRT.ⓒ연합뉴스

    뉴데일리경제가 국토교통부의 수서발 고속철(SRT) 전라선 운행 원칙을 보도한 이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 편의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단기간에 서비스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에스알(SR)과의 수평통합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열차 임대에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공기업 배임 논란까지 불거졌다. 철도전문가는 제3의 해법을 제시한다. 물론 열쇠는 철도운영사가 쥐고 있다. 수서발 전라선 운행의 쟁점과 해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국토부가 SRT 전라선 운행과 관련해 골치를 앓고 있다. 산하기관인 코레일은 협조할 뜻이 없는 가운데 조속한 운행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압박과 견제는 거세지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지난 9월5일 코레일과 SR에 공문을 보내 SRT의 기존선 신규 운행 방안을 검토해 답을 달라고 지시했다. 코레일에는 고속차량 임대, SR은 차량수급과 운영계획을 여러모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국토부가 철도운영사에 공문을 통해 전라선 등 SRT 기존선 운행 검토를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호남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SRT 확대 운행을 요구한 적은 있었지만, SRT 전라선·경전선의 조속한 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압박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SR은 고속철 매입과 임대, 운행계획 조정 등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고, 이 중 코레일로부터 고속열차 4편성을 빌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지난 2월 열린 강원 평창동계올림픽의 원활한 수송을 대비해 경강선에 투입할 고속차량 15편성을 구매했다. 현재는 경강선 수요가 줄어 11편성을 투입하고 나머지 4편성은 경부선으로 돌려 운행 중이다. 경강선 투입 열차의 올림픽 후 재조정은 지난해부터 언급됐던 부분으로 SRT 서비스 확대와 관련해 가장 유력하게 거론돼왔던 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1월 호남지역을 찾았을 때 기자간담회에서 "SRT에 전라선 노선이 없어 불편이 크다는 것을 안다"며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SRT에 전라선을 신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국감 때 국토부 손명수 철도국장은 '평창올림픽이 끝난 이후 차량에 여유분이 생기므로 수서발 전라선 운영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국토부와 코레일은 수서발 전라선 투입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국감 불성실 태도 지적에 표정 굳어진 오영식 코레일 사장(가운데).ⓒ연합뉴스
    ▲ 국감 불성실 태도 지적에 표정 굳어진 오영식 코레일 사장(가운데).ⓒ연합뉴스
    그러나 코레일은 사실상 KTX 임대에 반대 뜻을 전달했다. SR과의 통합 관련 연구용역이 끝난 후 차량 임대문제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수평통합 여부를 논의하는 민감한 시기에 SRT 서비스 확대가 통합 추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코레일이 적자를 모면할 손쉬운 방법으로 통합에 혈안이 돼 철도 공공성 강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종합국감에서 정 대표 질의에 "수서발 전라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통합논의를 위한 용역이 진행 중으로 결과에 따라 논의가 마무리되면 서둘러 국토부와 협의해 수서발 전라선 운영 문제를 처리해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코레일은 올림픽 특수를 고려해 일부 열차를 국비 지원 없이 추가로 샀고, 경강선에서 뺀 이들 열차는 100% 코레일 소유이므로 국토부가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 없다는 견해다. 정부는 신규 노선에 대해 열차 구매비의 50%를 지원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차량 소유주는 코레일이어도 국비가 절반 지원된 만큼 공익을 위해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태도다. 코레일은 경강선에서 뺀 열차가 국비 지원 없이 오롯이 산 열차라고 밝혔지만, 열차 구매 특성상 국비 지원이 일괄적으로 이뤄지므로 특정한 열차에만 꼬리표를 붙여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국감에선 급기야 공기업 배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통합 찬성 의견을 내왔던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코레일이 국토부 지시대로 KTX 차량을 SR에 임대하면 매출액 감소 등 재산상 손해로 말미암아 배임의 소지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고속열차 수익으로 일반열차의 적자를 보전하는 교차 보조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철도 공공성을 악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배임 여부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이 민간기업이 아니라 공기업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여러 안 가운데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안을 추진할 때 금전적 이익이라는 차원에서만 보면 (수익 창출이 목적인) 민간기업은 배임에 해당하겠지만, 공기업은 공익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유 있는 KTX를 SR에 임대해 임대수입을 올리면서 신규 노선이 생겨 지역의 이용자가 혜택을 본다면 오히려 철도 공공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며 "(코레일의 견해에 근거한) 배임 주장은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종합국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코레일이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며 "계속 논의해 볼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