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적자 여부 따져야… 감소폭 부풀려져"전라선 KTX는 적자… 임대 땐 수입 얻고 비용 줄어경부선은 배임 소지… 국토부 "공익성도 고려해야"
  • ▲ SRT.ⓒ연합뉴스
    ▲ SRT.ⓒ연합뉴스

    뉴데일리경제가 국토교통부의 수서발 고속철(SRT) 전라선 운행 원칙을 보도한 이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 편의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단기간에 서비스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에스알(SR)과의 수평통합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열차 임대에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공기업 배임 논란까지 불거졌다. 철도전문가는 제3의 해법을 제시한다. 물론 열쇠는 철도운영사가 쥐고 있다. 수서발 전라선 운행의 쟁점과 해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KTX를 SR에 빌려주면 1편성당 연간 300억원의 매출액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일까? 철도업계와 국토부는 배임 여부와 매출액 감소 규모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통합 찬성 의견을 내왔던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이 국토부 지시대로 KTX 차량을 SR에 임대하면 매출액 감소 등 재산상 손해로 말미암아 배임의 소지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고속열차 수익으로 일반열차의 적자를 보전하는 교차 보조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철도 공공성을 악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일각에서 KTX 1편성을 SR에 임대하면 연간 300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나 철도업계는 안 의원이 밝힌 매출 감소액 추정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됐기 때문이다.

    해당 매출액이 코레일에서 직접 전라선 KTX를 운행하는 경우를 가정했다면 철도전문가는 배임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다. 한국교통연구원 한 전문가는 "적자가 나는 노선에 투입한 열차를 빌려줘 임대수익을 올리는 부분을 배임이라고 주장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경부선의 KTX 승차율은 57%다. 호남선은 49%, 전라선은 53%로, 전라선이 호남선보다 높다. 국토부와 철도업계 관계자들은 "전라선 승차율이 더 높은 것은 열차를 적게 운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사업별 회계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해 고속철에서 44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노선별로는 경부선에서 97.9%에 해당하는 4321억원을 올렸다.

    전라선은 398억원의 수익을 냈지만, 비용이 더 들어 93억원의 손해를 봤다. 전라선 자체가 코레일로선 적자 노선인 셈이다.

    수익 기준으로는 흑자 노선이다. 하지만 전라선에 투입하는 열차의 총수익이 398억원이다. 안 의원 말대로 전라선 KTX가 1편성당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철도전문가는 "흑자를 내는 노선의 열차를 빼서 SR에 임대하라고 한다면 배임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전라선은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SR은 현재 SRT 22편성을 코레일에서 빌려 쓴다. SR 전용 열차지만, SR 공식 출범 이전 열차 구매 과정에서 재정 당국이 열차 구매 경험이 있는 코레일을 통해 발주한 탓이다. SRT 1편성당 임대료는 17억6000만원이다. 코레일로선 전라선 KTX를 운행하면 적자이지만, 임대하면 비용은 줄고 임대료는 챙길 수 있는 셈이다.

  • ▲ KTX 경강선.ⓒ연합뉴스
    ▲ KTX 경강선.ⓒ연합뉴스
    코레일은 경강선에 투입했다가 수요가 줄어 뺀 열차를 돈 되는 경부선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이 경부선 KTX를 얘기한 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코레일은 현재 KTX 85편성을 보유하고 있다. 원주~강릉 고속철이 지난해 12월22일 개통했으므로 경강선에 투입한 열차 15편성을 빼면, 지난해 70편성을 운영했다.

    지난해 경부선 수익이 1조5452억원이었으므로 산술평균을 내면 1편성당 220억원을 벌었다는 계산이다. 호남선, 경전선 등 모든 노선을 망라해도 1편성당 258억원쯤이다. 안 의원이 주장한 300억원 매출과는 거리가 있다. 철도전문가는 "매출실적이 좋은 SRT도 지난해 매출액이 5800억원이었으므로 1편성당 매출액이 181억원쯤"이라며 "1편성당 300억원 매출 감소는 나올 수 없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KTX 매출액이 SRT보다 높은 것은 코레일 고속열차 중 좌석 수가 2배쯤 많은 구형 KTX1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안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출액 감소 규모는 뻥튀기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운영사인 코레일만 안다"면서 "여러 정황상 코레일에서 출퇴근 등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에 KTX를 중련편성으로 운행하는 경우를 모델로 해 임대 시 감소 매출액을 산출한 게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철도전문가는 "열차 회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SR이 검토해 국토부에 보고한 4편성을 기준으로 추산한 매출액 규모가 그 정도(300억원)라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KTX 1편성이 올리는 매출액이 연간 75억원쯤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는 "이 경우 배임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 견해는 다르다. 코레일이 민간기업이 아니라 공기업이라는 점을 함께 참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애초 SRT 전라선 운행을 검토하라고 했을 때부터 내부적으로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봤다.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검토했다"면서 "그러나 (안 의원 주장보다) 규모가 적고 무엇보다 코레일 같은 공기업이 열차 운행에 손실이 난다고 배임부터 주장하면 적자가 발생하는 벽지 노선 등은 운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유 있는 KTX를 SR에 임대해 임대수입을 올리면서 신규 노선이 생겨 지역의 이용자가 혜택을 본다면 오히려 철도 공공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며 "만약 국토부의 검토지시가 공익성을 배제한 거라면 배임 주장을 할 수 있지만, SRT 기존선 운행은 그렇지 않다. 국회에서 조속한 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국민적 합의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