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조사단, 재리콜 여부에 즉답 피해… 섣부른 발표에 전시행정 비판도
  • ▲ 긴급안전진단 받고도 불난 BMW 차량.ⓒ연합뉴스
    ▲ 긴급안전진단 받고도 불난 BMW 차량.ⓒ연합뉴스
    비엠더블유(BMW) 화재 발생 사고 원인으로 차량 제조사 주장과 달리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배기가스양을 제어하는 밸브(이하 EGR 밸브)가 지목되면서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이 다시 제기된다.

    일부 민간 전문가는 여러 부품에서 결함이 함께 발생해야 하고, 그동안 BMW 측의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 설계와 냉각수 부족 문제가 제기됐던 만큼 남은 기간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BMW 화재조사 민관합동조사단은 교체된 EGR 모듈에 EGR 밸브가 개선됐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화재 원인 일부가 밝혀졌다고 밝혀 재리콜 여부와 관련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7일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하 연구원) 설명으로는 BMW 측이 주장하는 화재 발생 조건에서 구매한 중고차로 시험한 결과 다른 조건에서도 불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BMW 측은 지난 8월16일 기자간담회에서 화재 발생 조건으로 ▲EGR 쿨러 냉각수 누출 ▲누적 주행거리가 많은 차량 ▲지속적인 고속주행 ▲EGR 바이패스 밸브(우회 밸브) 열림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사단이 일부러 EGR 바이패스 밸브를 열고 고속 주행 시험에 나선 결과 EGR 바이패스 밸브의 열림 여부는 화재 발생과 상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GR 바이패스 밸브는 배기가스를 EGR 냉각기를 거치지 않고 우회시켜 흡기다기관에 바로 보내주는 장치다.

    연구원 관계자는 "시속 90~120㎞로 주행 중 불이 났다"면서 "EGR 바이패스 밸브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흡기다기관 온도가 많이 올라가지 않았다. 화재 발생 조건에 없던 EGR 밸브를 1㎜쯤 열고 주행하자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EGR 바이패스 밸브의 열림과 상관없이 흡입구로 재순환하는 배기가스의 양을 제어하는 EGR 밸브가 문제라는 것이다.

    BMW 측은 지난 4월 EGR 밸브·쿨러에 결함이 있다며 이를 교체하겠다고 환경부에 5만5000대 리콜 계획을 신고했다. 당시 EGR 밸브가 일부 열려 고착되는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 관계자는 EGR 밸브가 열리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가능성에 대해 "ERG 밸브가 왜 열리는지에 대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EGR 바이패스 밸브는 (제어에 따라) 단순히 개폐만 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조작과는 거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화재 원인 소프트웨어 조작에 의한 것이라면 EGR 바이패스 밸브가 아닌 EGR 밸브와 관련 있다는 얘기다.

    공단 한 관계자는 "EGR 모듈을 교체하지 않은 중고차뿐 아니라 교체한 차량으로도 시험하고 있다"면서 "모듈을 교체한 차량에선 아직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BMW 측에서 아직 신차에서는 (제시했던 화재 발생 조건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귀띔을 들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상황을 종합했을 때 지난 4월 BMW의 EGR 밸브 리콜을 받지 않았던 차량에서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 ▲ BMW 기자회견.ⓒ뉴데일리DB
    ▲ BMW 기자회견.ⓒ뉴데일리DB
    특히 BMW 측에서 환경 규제를 피하려고 일부러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앞서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EGR이 아니라 국내의 강화된 배기가스 규정을 지키려다 보니 EGR 제어 소프트웨어에 과부하가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었다.

    김 교수는 "EGR 부품 제조사가 BMW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부품 제조사는 양질의 정상적인 제품을 납품했는데 차량 제조사가 설정을 과도하게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거라는 견해다. 화재 발생 조건으로 EGR 쿨러 누수와 EGR 밸브 열림 고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을 암시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번 조사단 시험에선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인 매연포집장치(DPF)와 희박질소촉매장치(LNT)를 함께 작동하자 불이 난 것으로 돼 있다"며 "600~650℃ 이상 고온의 배기가스를 이용하는 DPF와 LNT는 같이 연동해 쓰면 안 된다. 게다가 BMW는 냉각수도 다른 제조사와 비교해 40% 수준으로 적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 ▲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연말까지 BMW 화재원인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연말까지 BMW 화재원인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조사단은 이날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리콜 관련 혼란을 가중했다는 지적을 샀다. BMW 측이 제시한 화재 발생 조건이 아니어도 불이 날 수 있고 BMW 측에서 확인하지 못한 화재 발생을 특정 조건에서 재현했다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추가 확인 없이 언론에 공표부터 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BMW 측이 교체하는 EGR 모듈에 EGR 바이패스 밸브와 EGR 밸브가 함께 포함됐다는 점에서 기존 리콜 차량에 대한 재리콜 관련 물음에 즉답하지 못했다. 연구원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쯤 시험 결과를 얻었다"며 "시험의 검증과 분석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 EGR 밸브에 대한 개선 여부를 차량 제조사에 물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공단 한 관계자는 이날 조사단의 시험결과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해 "조사단이 화재 발생 원인 조사에 나선 지 꽤 됐는데 그동안 이렇다 할 발표가 없었다"며 "특정 조건에서 화재 발생을 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조사단이 전시행정에 빠져 리콜에 대한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