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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기념일 '빼빼로데이'가 올해는 조용히 지가났다. 과거 빼빼로데이를 중심으로 제과업계가 들썩였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12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의 올해 11월 1일부터 11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빼빼로 제품 매출은 1.9% 소폭 증가에 그쳤다.
과거 CU 매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빼빼로 매출의 27.1%가 빼빼로데이 기간인 11월10~12일 중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월별로 보더라도 11월 빼빼로의 매출 지수는 급상승한다. 평소 쿠키/비스켓 카테고리 내에서 빼빼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5%에 불과하지만 빼빼로데이가 있는 11월의 경우, 그 비중이 무려 75.7%까지 껑충 뛴다.
이처럼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온 빼빼로데이 실적 때문에 매년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둘러싸고 경쟁이 치열했다. 유통업체들은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빼빼로데이 고객 잡기에 나선 바 있다. 제과업체들 역시 빼빼로데이를 맞아 물량을 늘리고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올해 '둘째주 일요일'이었던 빼빼로데이를 앞두고는 프로모션 경쟁이 예년만큼 치열하지 않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연인이나 친구 외에 직장인 등에게는 동료에게 챙기던 빼빼로이지만, 올해는 '일요일'에 빼빼로데이가 겹친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학교, 사무실이 쉬는 주말(일요일)이라 평일만큼 높은 매출 지수를 보이진 않았지만 기념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하필이면 대형마트 휴무일인 '둘째주 일요일'에 겹쳤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빼빼로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더라도, 당일에 마트를 열지 않으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형마트에서는 예년과 달리 규모를 축소해 빼빼로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빼빼로데이 당일 매출이 높은데다 일단 빼빼로데이가 지나면 매출이 확 빠지기 때문에 전처럼 크게 매대를 꾸미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실제 서울의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올해 빼빼로데이는 11/9래요'라는 광고전단지를 배포하는가 하면, 빼빼로데이와 수능응원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하는 매대를 진행하는 등의 방법을 내놨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당일이 대형마트 휴무일이기 때문에 11월 9일에 빼빼로를 사라는 광고전단지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타고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실제 세븐일레븐이 빼빼로데이 상품군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반상품의 매출 구성비는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 2013년 51.2%에 불과했던 일반상품 비중은 꾸준히 올라 지난해 59.5%를 기록했다. 가 59.5%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빼빼로데이는 친구나 연인에 한정하지 않고, 평소에 주고 싶었던 사람에게 빼빼로를 전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로 자리잡으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는 동료간에 부담없이 빼빼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이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3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빼빼로 데이'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남녀 중 61.7%가 ‘올해 빼빼로 데이를 챙길 것’이라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빼빼로데이를 챙기더라도, 객단가가 내려가면서 업계 입장에서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과거에는 없었던 대형마트 휴무일과 겹친 것이 올해 빼빼로데이 트렌드 감소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제과업체 입장에서 빼빼로데이는 연중 가장 큰 성수기이자 꼭 매출 상승을 이끌어냈어야 하는 시기"라며 "하지만 최근 빼빼로데이가 과거와 달리 '부담없는' 일반 상품을 사서 나누는 날로 변화하고 올해처럼 각종 휴무일과 주말이 겹쳐버리면 실적 상승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