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만 "경제 위기 아니다" 고집, 文2기 경제팀 '빈손' 우려규제 시름 기업들 외국행, 소상공인 자영업자 서민들 직격탄
  • ▲ 김수현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 ⓒ뉴시스
    ▲ 김수현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 ⓒ뉴시스
    출범 3년차를 앞둔 문재인 정부가 2기 경제팀을 낙점했다. 내년도 경제 정책 방향을 이끌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의 첫번째 과제는 경제살리기다. 

    치솟는 실업률 속 고용사정은 갈수록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올 2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으로 추락한 데 이어 9개월째 10만명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자리는 월평균 30만명씩 늘었다. 단순히 경기를 탓하기에는 시장의 정책변화는 컸다. 문재인 정부는 2년 연속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인상했고 주 52시간제 도입하는 등 숨가쁜 정책 전환이 이뤄졌다. 그 사이 음식·숙박·서비스업 등 자영업 일자리는 속속 자취를 감췄다. 

    고용만 문제가 아니다. 투자, 소비, 수출 등 전 분야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새 경제팀은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지 않는다. 대신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이라는 낙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기존 정책에 대한 변화없이는 2기 경제팀이 '빈손'으로 끝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큰 틀이나 방향에 대해선 전혀 수정할 계획이 없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수석의 말이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인사 직후 첫 브리핑에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현 정부의 3개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 역시 "(기존 정책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조정,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0.3%p 인하하고 내년엔 2.3%로 하향 조정하는 등 저성장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으나 청와대의 인식은 이와는 동떨어져 있다. 

    김 실장은 우리 경제의 위기 진단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13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서 우리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에 "하방 압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적 시장 환경을 볼때 침체나 위기라는 표현을 쓸 것은 아니다"고 적극 반박했다. 

    이어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러한 인식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인식보다 더 낙관적인 견해여서 야당의 큰 반발을 샀다. 


    ◇ 10월 실업자수 IMF 위기 이후 최대치

    청와대의 이러한 낙관적 진단과는 달리 최근에 나타난 경기 지표는 일관된 방향으로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고용상황은 위기냐, 아니냐를 논할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14일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숙박·음식점에서만 취업자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만명 쪼그라들었다. 

    지금껏 청와대는 고용의 질 개선 지표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를 제시했는데 그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더는 둘러댈 말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상용 근로자 증가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등 전체적으로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또 10월 실업자수는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가 고용쇼크에 대한 해법을 수개월째 헤매고 있으면서 IMF와 같은 '경제위기'가 또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규제 방식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갔다"면서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규제를 제외하고는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 대한상의
    ◇ 작년 2분기가 경기 정점이라는데… 

    강신욱 통계청장은 최근 "작년 2분기 언저리가 경기 정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내리막길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뚜렷하게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경기하강 징후 속에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가파른 정책전환을 밀어붙인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으로밖에 보기 어렵다. 

    만일 최저임금의 인상폭이 2021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된다면 최대 47만6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소득 재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금처럼 최저임금이 빠르게 인상될 경우, 고용은 물론 소득격차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여기에 주휴시간을 적용하면 실질적 최저임금은 9842원에 이르게 된다.


    ◇ 늑장 규제개혁에 해외로 눈돌리는 기업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즉 J노믹스를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장을 위한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주저앉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를 거둘만한 정책에 공을 들이지 않는 탓이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수년 간 규제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나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규제 방식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갔다"면서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규제를 제외하고는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의 외침이 허공에 그치자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직접 투자액은 올 상반기만 74억 달러, 우리돈으로 8조 원에 달한다.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2.5배나 늘어난 수치다.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린 기업들은 상당수가 국내 규제가 심한 블록체인, 공유경제 업체로 파악됐다.   
    정부는 뒤늦게 연내 공유경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카카오카풀을 포함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이르면 이달내 발표할 계획이다. 카카오카풀 서비스 도입은 준비 기간만 1년가량 소요됐다. 

    홍남기 내정자는 최근 "공유경제는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서비스로 대한민국에서 못할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