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당국 "수익성 없다"에 전체 10% 구간 단선 건설'코레일 vs 철도공단' 시스템 책임공방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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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당국이 고속철도 건설 효과를 무시하고 사업성만 강조하다 보니 복선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일부가 단선으로 부설돼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코레일·철도공단, 신호전환 시스템 책임 공방
10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이번 KTX 탈선 사고 지점은 강릉선 본선과 철도차량기지로 들어가는 지선이 나뉘는 남강릉분기점의 선로전환 시스템 주변에서 발생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8일 강릉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확한 사고원인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 분석을 통해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도 "기온 급강하에 따라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지 않을까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으로 차량이나 신호체계보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었다.
국토부는 9일 사고지점을 둘러본 초동조사 결과 남강릉분기점의 선로전환기 전환상태를 표시해 주는 케이블(회선) 연결이 잘못돼 신호시스템에 오류가 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위가 사고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청량신호소 내 신호기계실을 살펴본 결과 지선 쪽 '21A'와 본선 쪽 '21B' 선로전환 시스템에 연결된 케이블이 서로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다친 강릉 역무팀장 윤 모 씨도 이날 신호에 오류가 표시돼 현장 점검에 나섰다가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오전 7시4분쯤 지선 쪽 선로 신호에 오류가 떠 평창지역 신호담당 직원과 현장에 나갔다가 본선을 달리던 열차가 탈선하며 이를 피하는 과정에서 다쳤다는 것이다.
철도업계에선 신호전환 시스템에 연결된 케이블이 바뀐 이유를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코레일은 강릉선 준공 전인 지난해 9월 철도공단이 시설물 연동검사를 했고 유지관리 업무를 맡은 이후로 오류가 발생한 적 없다며 건설 당시 설치문제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시설물을 시험 측정하는 연동검사는 2년에 1번 하므로 아직 시행한 적 없다"며 유지관리 과정에서 기존 설비에 손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철도공단은 애초 설치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동안 신호 오류나 사고가 여러 번 났어야 한다는 태도다. -
일부 철도전문가는 사고의 근본 원인은 강릉선이 고속철도가 아닌 데 있다고 설명했다. 열차는 고속철(KTX)이 투입되고 있으나 선로는 일반철도라는 얘기다.
한 철도전문가는 "일반 승객은 강릉선에 KTX가 운행하니까 고속철도라고 생각하겠지만, 엄밀히 말해 고속화 철도"라며 "문제는 고속철도에 따르는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강릉선은 복선과 단선 구간이 섞여 있는 일반철도다. 강릉선 복선 구간은 열차 운행 최고속도가 시속 250㎞지만, 단선 구간은 120㎞에 불과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강릉역~남강릉신호장 구간은 단선 구간이다. 이 때문에 이 구간을 오가는 KTX 열차는 상·하행선이 신호를 기다렸다가 교대로 운행해야 한다. 복선은 건설비가 단선보다 비싸지만, 열차가 반대 방향으로 동시에 지날 수 있어 따로 설비와 그에 따른 신호 조치가 필요 없다.
철도전문가는 "고속철도는 단선이 없다. 강릉선은 90%는 복선, 10%는 단선으로 부설됐다. 단선은 열차가 지날 수 있게 철도를 계속 바꿔주어야 한다. 이번 탈선 사고도 단선 구간에서 났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 당시 전문가는 모두 단선 부설을 반대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가 (사업성 있게) 안 나온다며 지나치게 단선 건설을 밀어붙였다"고 부연했다. 철도를 기반시설로 생각하지 않는 재정 당국의 인색한 투자가 이번 탈선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철도전문가는 "당시 기재부는 수요가 적으니 고속철도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견해였다"며 "그동안 고속철도 건설 사례를 통해 건설 효과가 높다는 게 검증됐다. 강릉선은 평창올림픽을 대비해 놓았다. 기재부는 예타(경제성)를 앞세워 건설 전에는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통한 사회·경제적 편익 등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