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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은 첫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달 초 급성심근경색으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을 찾은 황 씨(남, 56세)는 곧바로 심혈관 중재 시술을 받았다. 기존 혈관 손상 정도가 심했던 황 씨는 중환자실에서 에크모(ECMO)를 이용한 집중 치료에 들어갔다. 에크모란 혈액 내 산소를 주입 한 뒤 펌프를 이용해 전신 순환을 이루어주는 장치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황 씨의 심장 기능은 회복되지 못하해, 심장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태가 됐다. 황 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의료진과 가족이 긴장하던 중 때마침 황 씨와 체격 조건이 잘 맞는 공여자가 나타났다.
김경진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황 씨는 에크모를 거치하고 있는 위험도가 높은 환자인 만큼, 건강한 상태의 심장 이식을 받는 게 중요했다”며 “다행히 위급한 순간에 나타난 공여자는 황 씨와 체격 조건이 잘 맞았고 활력 징후가 안정적이어서 흉부외과와 긴밀하게 상의한 후 이식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황 씨의 심장 이식 수술이 결정된 후 서동만 이대목동병원 흉부외과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이대목동병원 심장이식팀은 곧바로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모든 이식 수술 환자는 장기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력을 매우 낮은 상태로 유지한다. 이 때문에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수술 준비 과정에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질 환자 상태에 맞춰 감염 관리를 철저히 했다. 중환자실 내에 황 씨를 위한 격리 병실을 만들고 소독 후 황 씨가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직원들의 출입을 삼갔다.
지난달 12일 공여자의 장기이식수술이 시작됐다는 소식과 함께 황 씨의 수술도 시작됐다. 곧이어 이대목동병원에 도착한 공여자의 건강한 심장은 서동만 교수의 집도로 무사히 황 씨에게 안착됐다. 에크모 등 많은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수술실로 들어간 황 씨는 어떠한 장치도 하지 않은 채 중환자실로 다시 돌아왔고, 빠르게 호전돼 일주일 만에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황 씨는 지난 13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실려 온 지 50여일 만에 건강한 심장으로 퇴원했다. 첫 심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룬 의료진도, 마음을 졸이던 가족들도 건강해진 황 씨의 모습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서동만 교수는 “앞으로 면역 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여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 큰 축복”이라며 “이번 수술은 황 씨의 삶이 한 단계 나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대목동병원의 의료 수준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이하 이화의료원)은 이대서울병원 개원을 앞두고 지난해 이화의료원의 장기이식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심장이식의 권위자인 서동만(흉부외과), 이종화(마취통증의학과), 김경진(순환기내과) 교수를 영입했다.
이대서울병원은 5대 암, 심뇌혈관질환, 장기이식 등 고난도 중증질환을 특화할 예정이다. 이 중심에 심장 질환이 있다.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의 관리와 심근경색, 심장이식 등 고난도 질환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치료의 질적 수준도 높여 관련 분야를 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화의료원은 서동만 교수는 영입과 동시에 이대서울병원 국제심혈관센터 추진 단장을 맡아 심장혈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관련 분야 의료진들도 연수를 통해 역량을 높였다.
이화의료원 관계자는 “이화의료원은 고난도 중증질환 특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대서울병원 개원 전에 이화의료원 역사상 첫 심장 이식 수술 성공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