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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8350원' 시대가 도래했다. 2년여에 걸친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는 2017년에 비해 29.0% 넘게 뛰어올랐다. 식품·외식업계의 가격도 줄인상 되고 있다. 2019년도 요동치는 외식 물가의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지난해(7530원)에 비해 10.9% 인상됐다. 일급으로 환산(8시간 근무 기준)하면 하루 6만6800원이며,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근무제의 경우(유급 주휴수당 포함, 월 209시간 근무 기준) 174만5150원이다. 2년 전인 2017년(6470원)에 비하면 29.0%나 오른 수치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인건비 폭탄을 맞은데다 각종 원재료 상승으로 최근 식품·외식업체 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식품·외식업계는 각 업체들이 서로 원재료가 되거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원재료가 상승에 의한 가격 인상이 다시 원재료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격인상 도미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지난 8월 5년 만의 인상이라며 자사의 흰우유 1L 제품 가격을 3.6% 인상했다. 생산원가 상승을 이유로 꼽았다. 남양유업 역시 두달 후인 지난 10월 우유 제품 가격을 4.5% 올리고 1L 제품 용량을 900ml로 줄였다.
우유값 상승은 우유를 원재료로 쓰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신호탄이 됐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달부터 우유제품 가격을 10% 올렸고,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제품 가격을 내년부터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1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과자와 라면 등도 예외는 없었다. 커피 가격도 올랐다. 농심은 지난해 11월 새우깡·양파링 등 스낵류 54종의 출고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고, 팔도는 지난달부터 컵라면 왕뚜껑의 값을 1050원에서 9.5% 인상한 1150원으로 올렸다. 비빔면 가격도 4.7% 인상된다. 이디야커피는 올해부터 총 70종의 음료 메뉴 가운데 14종의 가격을 평균 10%가량 인상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식품·외식 물가가 요동치면서 원자재값 상승이 가격 인상을 이끌고, 그 가격인상이 다시 원재료값 상승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간 가격 인상 요인이 쌓였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미뤄왔던 가격인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전체적인 소비자 체감 물가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배달문화의 확산으로 타격이 더욱 크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는 지난달부터 ‘황금올리브’ 등 일부 치킨 메뉴의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렸다. 앞서 교촌은 배달료 2000원 추가로 배달 음식의 대표격인 치킨 제품의 사실상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중저가 피자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피자스쿨'도 1000원 인상을 진행한다. 롯데리아는 지난 8월 소프트콘 가격을 40% 인상한데 이어 지난달부터 버거류 11개 메뉴 가격을 평균 2.2% 인상하기도 했다.
대형 식품·외식업체 외에 중소 가맹 프랜차이즈나 자영업자들이 받는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자영업자 절반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존 직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신규 채용 계획을 취소할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아르바이트 플랫폼인 '알바콜'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회원 240명을 대상으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2.7%가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변화 전망에 대해서는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 단축'과 '기존 직원의 감원'을 꼽은 응답자가 각각 17.8%와 17.0%였다. 또 12.5%는 '신규 채용 계획 취소'라고 밝혔다.
절반가량(47.3%)의 자영업자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보수적인 인력 운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새해 사업 운영에서 가장 걱정되는 사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최저임금(인건비) 인상'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24.4%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임대료 인상'(17.0%)이 1위였다. 이밖에 ▲ 고객 감소(16.0%) ▲ 임대료 인상(15.5%) ▲ 원자재 가격 인상(11.4%)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이 연말연시 잇단 가격 인상으로 요동친 소비자 물가가 안정기로 접어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정부 주도의 소비 촉진 정책이나 실효성 있는 속도 조절 정책이 없으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에,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면서 자영업자나 중소 프랜차이즈업체들이 받을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게 되면 급격하게 높아진 물가에 소비자들의 지갑은 점점 닫히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가 올라가서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1차원적인 논리는 이미 현실성을 잃었다"며 "인건비가 늘면서 고용을 줄이거나 '쪼개기 근무' 등 새로운 고용 방법이 나타나는 등의 추세가 지속되는 것을 지켜보고도 실효성 있는 속도조절 정책이 없다면 대한민국 소비경제는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