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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경기 파주 운정~서울 삼성) 사업 착수에 광역철도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광역철도가 정부 보조로 버티는 상황에서 GTX가 개통하면 고객 이탈로 적자 가속화가 불가피해서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GTX A노선 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총사업비 3조원이 투입되는 A노선은 앞으로 토지보상과 60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2023년 말 개통할 예정이다.
GTX는 지하 40m 이하를 최고 시속 180㎞로 달리는 대심도(大深度) 도심 고속전철이다. 노선을 직선화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 안에 닿도록 설계됐다.
광역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로선 GTX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 달갑지 않다. 지난해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며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고객 이탈이 예상돼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코레일과 국토부 설명을 종합하면 코레일은 12개 광역철도 노선을 운영 중이다. 광역철도는 그동안 적자는 면해왔다. 노인·장애인 무임운송·운임할인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철도 공익서비스(PSO)로 보전해줬다. 지원 규모는 연간 600억원쯤이다.
2016년 영업실적은 531억원쯤 흑자였다. 철도 전문가는 "정부 보조금 덕에 그동안 광역철도가 적자는 피해왔다"고 설명했다.
2017년의 경우 광역철도 영업실적은 1427억원 적자였다. 하지만 이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진 코레일이 소송비용을 결산 실적에 반영한 탓이다. 2017년 정부의 전체 PSO 예산이 547억원 줄어든 것도 적자 폭을 키운 원인이다.
코레일은 2018년 영업실적이 돌발변수가 없는데도 소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역철도 수요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견해가 있는데 지난해 수요가 줄면서 (적자가 예상돼) 코레일이 놀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총이용수요는 늘었다. 다만 유임운송은 줄고 65세 이상 무임운송이 증가해 적자를 예상한다"며 "고령화에 따른 노인 승객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부연했다. 코레일은 전체 승객수요 중 무임운송 비중이 15~16%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코레일 내부에선 2015년 19%쯤 오른 이후 동결된 운임도 적자 전환의 한 원인으로 분석한다. -
문제는 설상가상 GTX가 착공식을 해 앞으로 적자 폭이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철도 전문가는 "GTX가 개통하면 광역철도 이용자가 GTX로 갈아탈 것이므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코레일로선 대놓고 반대할 순 없으나 GTX 착공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GTX가 개통하면 운송이 분산돼 (광역철도) 수요가 줄 수 있다"고 했다.
광역철도의 적자 전환과 가속화 전망은 코레일로선 부담이다. 코레일 누적적자액은 2017년 말 현재 총 15조원 규모다. 코레일은 수서발 고속철(SRT)을 운영하는 ㈜에스알(SR)을 걸고넘어지지만,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는 화물운송 부문과 광역철도 경영 부실이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의 인건비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코레일은 오영식 전 사장이 올해 정원 3064명을 증원하기로 노조와 2018년도 임금협약을 맺었다. 이는 사실상 노조의 요구가 전부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의 인력 구조는 역피라미드 형태를 띤다.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철도 전문가는 "현재 코레일에 고령자가 꽤 있어 앞으로 3~4년 내 퇴사가 이뤄지면 고액연봉자가 많이 줄 수 있다"면서도 "그만큼 신규 채용 규모가 느는 데다 (현 정부의 임무를 받고) 무리해서 뽑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좀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