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불 붙는 배송 경쟁에 "분단위로 줄여라"오프라인 퀵 배송, 中 알리바바 '허마셴성'과 유사 "빠른 배송 유통업계 화두"
  • #주부 김은희씨(32·서울)는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를 챙기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제품의 QR코드로 찍고 전자페이로 결제한 뒤 자리를 떠났다. 직원은 단말기를 확인한 뒤 주문된 제품을 바구니에 담아 컨베이어 벨트에 걸었다. 포장된 제품은 고객의 집으로 30분 내 배송된다.

    미래의 상상이 아니다. 유통업계가 기존의 소매 유통업(Retail)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리테일테크’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히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를 넘어 ‘오프라인을 위해 온라인과 연결하는’ O4O(Online for Offline)로 유통산업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 롯데마트, 2월부터 업계 최초 ‘30분 배송’ 선봬

    롯데마트는 2월 업계 최단 시간 배송인 ‘30분 배송 서비스’ 도입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30분 배송 서비스를 위해 매장 진열대 천장에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롯데마트 모바일 앱을 이용해 결제를 마치면, 제품이 컨베이어벨트에 연결된 바구니에 담긴다. 제품은 천정의 레일을 따라 상품을 패킹할 수 있는 창고로 이동된다. 이를 직원이 포장해 퀵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제품이 담기는 순간부터 집으로 도착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30분. 제품 피킹이 자동화될지 직원의 수작업으로 이뤄질지 여부는 논의 중이다. 내년 2월 롯데마트 잠실점과 금천점 중 한 곳에 시범적으로 선도입한 뒤 순차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마트는 모든 점포에서 3시간 배송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퀵’ 배송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화물차가 아닌 오토바이 등 이륜차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외부 업체와 협약을 맺을 것을 계획하고 있다. 

    베송비는 미정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12월부터 무료배송 구매기준을 3만원에서 4만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30분 배송을 위해 추가 유료 배송비를 지불하거나, 무료로 이용하는 최소 금액은 이보다 배로 높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어떤 루트로 얼마의 거리까지 배송할지에 대해서 협의 중인 상황”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매장에서 판매 중인 먹거리 상품을 30분 만에 자택 등에서 받을 경우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의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롯데마트의 ‘30분 배송’은 도입이 중국의 ‘허마셴성(盒馬鮮生)’과도 닮았다. 허마셴성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선보인 대형 신선식품 매장이다.

    고객들이 판매 공간에 부착된 QR코드로 제품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현금 대신 알리바바의 자체 결제 수단인 알리페이로 가격을 지불한다.

    또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매장에서 3km 이내 거주 고객들에게 30분 이내에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해 인기를 끌고 있다. ‘허마셴성과 가까운 곳이 집값도 오른다’는 뜻의 허취팡(盒區房)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중국의 적은 인건비와 달리 한국은 최저시급 인상 등으로 인한 높은 인건비와 초기 투자비용 등으로 효율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토바이로 배송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적자를 봐가면서 투자 대비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소비자가 30분 안에 받을 정도로 급한 물건이면, 굳이 마트에 들리지 않아도 편의점이나 집 앞에 있는 채널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 ⓒ쿠팡
    ▲ ⓒ쿠팡
    ◇ 유통업계, 뜨거운 배송 전쟁 '속도전'

    유통업계에서 빠른 배송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전날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새벽에 받는 서비스는 이미 보편화됐다. 

    쿠팡은 2014년부터 로켓배송 서비스로 ‘속도전’의 포문을 열었다. 로켓배송은 자정까지만 구매하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다음날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토요일에 주문해도 일요일에 배송이 완료된다.

    마켓컬리의 상승세도 무섭다. 3년 만에 회원수 60만명을 돌파했고, 매출도 2015년 29억원에서 지난해 53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3배 늘어난 1600억원 정도 예상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마켓컬리는 전체 새벽배송 물량 중 79.5%를 차지했다. 

    대형마트도 새벽 배송에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 새벽배송 서비스 ‘쓱배송 굿모닝’를 시작했다. 이마트몰을 통해 전날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6~9시 혹은 오전 7~10시 두 가지 시간대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배송경쟁은 상품의 특장점이 없어지고 온·오프라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러운 양상으로 업계에는 내다 보고 있다. 다만 배송 속도 경쟁에만 매달릴 경우, 자칫 배송 직원의 안전상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 '도미노 피자'의 경우 30분 배송을 앞세웠다가, 배달원의 수차례 사망사고가 일어나며 시간 내 배송을 폐지한 바 있다. 배송 속도와 서비스 품질뿐 아니라 전체적인 배송 시스템의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가 빠른배송이 돼 버렸다. 온라인몰이 성공하려면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은 기본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