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창업 트렌드에 '롤러코스터' 창업, 폐업 잇따라 소자본 창업도 인건비 인상 부담 커져식빵, 핫도그, 고로케 등 반짝 인기 이후 문닫는 점포 늘어
  • ▲ 서울시 한 베이커리 가게였던 점포가 비어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서울시 한 베이커리 가게였던 점포가 비어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2년만에 상호 세번 바꼈죠. 처음에는 주인이 바뀐건데, 그 다음부터는 손님이 별로 없으니까 바꾼 것 같아요. 매일 집에 들어가는 길에 보면 식빵이 수두룩 쌓여있었거든. 그래서 떨이 세일도 많이 하고 그랬지. 부부 둘이서 하는데 열심히 하더라고. 그래도 지금은 손님이 좀 많아진 것 같아요."

    서울 구로구의 A고로케 가게를 바라보는 인근 상인 박모씨(60)의 말이다. 이 곳은 지난 2016년까지 소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B제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처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가 잇달아 생기며 상황이 힘들어졌다는 전언이다. 꽤 오랜 기간 이 동네에서 빵집을 운영했기에 단골 고객으로 버텨왔지만 2017년 결국 가게를 내놨다. 여기에 들어온 새 주인 부부는 당시 인기였던 식빵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C업체로 간판을 바꿨다. 하지만 생각만큼 고객들을 끌기는 어려웠다. 점차 식빵 트렌드가 꺼져갔던 것이다. 결국 지난해 고로케 브랜드인 A고로케로 이름을 바꿨다.

    A고로케 점주 김모씨(55)는 "예상되는 수익이나 외식 트렌드 보고 들어갔던 식빵 가게는 많이 힘들었다. 이번 가게는 본사에서 정착 지원을 해주고 있어 할인이 가능하다"며 "고로케 하나가 500~1000원이다. 하루 15시간 넘게 열심히 팔아도 사실상 지금은 본사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김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름 창업 공부도 하고, 인건비나 임대료 문제가 걱정돼 소자본 창업을 택한건데 자리를 잡긴 할 수 있는건지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의 E식빵 업체는 1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가게를 비웠다. 처음에는 대학생, 인근 주민 등을 대상으로 식빵이 팔려나갔지만 금세 손님이 끊겼다. 10평 안팎의 작은 규모지만 적자가 지속되면서 초기 비용은 차치하고, 임대료조차 버거운 상황이 됐다는 전언이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심모씨(70)는 "젊은 친구가 3900원씩 하는 식빵 가게 했었는데 권리금도 거의 포기하고 1년도 안 돼서 문 닫았다"며 "문 닫은 지 3개월이 돼가는데 가게를 보러 온다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대전시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H 호떡가게는 1년 전 유명 핫도그 프랜차이즈 I핫도그를 운영하던 곳이었다. I핫도그는 초창기 줄을 서서 먹을만큼 인기가 많았지만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I핫도그는 지난해 초 H호떡으로 상호가 바꼈다. 하지만 세달이 채 되지않아 I핫도그가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TV프로그램의 여파다. SNS를 통해 다른 음식과의 조합도 소개돼 인기를 얻었다. I핫도그 매장에는 다시 인파가 몰려들었지만 지난 여름 H 호떡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H호떡을 운영하는 양모씨(60)는 "I핫도그에서 왜 바꿨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라며 "그전에 운영하던 분이 힘들어져서 가게 뺀다고 해서 들어온건데 I핫도그가 다시 인기가 많아졌다고 계속 했으면 손님 많았을 것 같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수년간 국내에 소자본 창업이 인기를 얻으며, 급변하는 창업 트렌드에 따라 '롤러코스터' 창·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를 대폭 절감해준다는 장점을 가진 소자본 창업이지만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임대료와 인건비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창업이 비교적 쉬워지면서 트렌드를 좇아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든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단기간 내에 상호명이 여러번 바뀌는 곳들이 눈에 띄는 한편, 트렌드 변화로 인해 폐업을 결정한 이후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가 없어 장기간 비어있는 점포도 늘고 있어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서울시 한 상가건물 1층이 비어있다. 이곳이 빈 점포가 된 것은 반년 전이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서울시 한 상가건물 1층이 비어있다. 이곳이 빈 점포가 된 것은 반년 전이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전체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수는 총 676만5000명이었다. 소상공인진흥원과 한국외식산업협회가 함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영업자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년 70만5336개가 신설됐고, 비슷한 규모인 67만7501개가 휴·폐업된 것으로 조사됐다. 휴·폐업 사업체의 약 절반이 도매 및 소매업(26.8%)과 숙박 및 음식점업(22.1%)에서 발생했다. 소자본 창업의 경우 낮은 진입장벽과 준비되지 않은 창업, 유행에 따른 업체의 난립으로 휴·폐업과 재창업이 반복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구로구의 또 다른 중소 프랜차이즈 F치킨 업체도 상황이 비슷하다. 1년 가까이 비워져있던 작은 점포에 테이크아웃 전문 G업체가 들어온 것은 지난해. 하지만 3개월만에 주인이 바꼈다. 당시 치킨업계에 각종 부정 이슈가 불거지면서 고객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치킨 업계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인이 바껴 F치킨으로 이름이 바뀐 지 반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F치킨 관계자는 "처음에는 테이크아웃 손님이 꽤 있었는데 겨울철 너무 춥다보니 배달 손님이 테이크아웃 손님을 앞질렀다"며 "아직 배달비를 받지 않고 있는데 올해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서 배달 대행업체에서 대행비를 올려 배달비를 받을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작은 점포이긴 해도, 영업시간이 밤 늦게까지이고 아파트 단지 근처여서 종종 홀 손님들이 와서 직원을 두명이나 쓰고 있다. 인건비를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6년 식품 산업 주요 지표’에 따르면 국내 외식 창업 분야 중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12조원으로 전체 음식업점 규모(83.8조원)의 약 1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약 15조원 수준까지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 전국 702개 업체를 대상으로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배달 매출이 홀 매출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자본 창업이라고 할지라도 배달 비중이 커지면서 인건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2019년 최저임금은 지난해(7530원)에 비해 10.9% 상승한 8350원으로, 2017년에 비하면 29.0%로 대폭 올랐다. 자영업자가 직접 고용하는 직원이 없더라도 배달 비중이 커지면 배달대행비, 배달 직원이나 내점 직원을 따로 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건비 폭탄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소자본 창업은 초기 비용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트렌드를 쫓아 창업을 쉽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문제점이 있지만 인건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최근엔 임대료가 가장 문제였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 올해도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