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설정·결정委 이원화 추진… 전문가 구성이 관건공익위원 대폭 물갈이 필요… 논의속도는 빨라질 전망
  • ▲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정부가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최저임금제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뜯어보면 현 체계와 다를 바 없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에 그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쥔 공익위원 대부분이 진보 성향 인사로 채워져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불거졌던 상황에서 이들의 임기가 남아 있어 대대적인 물갈이 없이는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그룹이 인상범위를 설정하면 노사 간 초반 눈치작전은 사라질 것으로 보여 논의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7일 오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이번 주 초안을 발표하고 이달 중 정부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알려진 바로는 최저임금위원회에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를 둬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게 이번 초안의 골자다. 전문가로 구성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하면 이 범위 안에서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결정위원회에 청년·여성·비정규직·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도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초안에는 위원회별 위원 수와 추천방식, 결정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런 내용이 현 결정구조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노사가 최초·수정 요구안을 내놓은 뒤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이 구간 안에서 최종수정안을 낸 뒤 표결에 들어간다.

    구간설정위원회가 합리적으로 심의구간을 제시하면 노사 간 초반 눈치작전이 불필요해 논의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이원화 구조가 새로울 게 없다는 의견이 적잖다.

    청년·여성·소상공인 등의 참여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장은 "현재도 최저임금위원회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등이 참여한다"며 "참여를 명문화하는 것 외에 의미는 없다. 사회적 타협체인 것처럼 보이게 포장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도 최저임금위원회 내 생계비나 임금수준 관련 소위원회가 있다"면서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간설정위원회에 참여할 전문가를 어떻게 구성할지도 논란거리다. 인상범위 설정이 중요한 만큼 노사가 추천 위원의 과거 이력과 성향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을 소지가 다분하다.

    김 이사장은 "외부에서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하기보다는 기존 공익위원 중 일부를 구간설정위원회에 포함할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 공익위원 임기는 오는 2020년까지다.

    김 이사장은 "(진보 성향의) 기존 공익위원을 옷만 갈아입혀 새 위원회에 재배치할 수 있다"면서 "근로자·사용자위원은 웬만해선 임기 내 교체가 안 되나 공익위원은 정부가 임명을 철회할 수 있으므로 구성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국회 등이 추천한 공익위원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다만 여야 대결 구도에서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익위원으로 구간설정위원회를 구성한다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제시하는 최저임금 개편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경총은 현재의 방식을 큰 틀에서 유지하자는 태도다. 다만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의결 때 노사가 공익위원 중 어느 한쪽 의견이 강해 서로에게 불리한 위원을 차례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남는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담보하자는 것이다.

    노동계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노동계는 오는 9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워크숍을 열고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방안과 관련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송명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국장은 "최저임금 제도개선TF 개편안의 경우 결정구조를 이원화해 전문가가 인상구간을 정하면 노사가 논의해 결정짓자는 건데 현재의 갈등 구도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을 이미 낸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송 정책국장은 "무엇보다 전문가가 인상범위를 정하면 당사자인 노동계가 적정수준 인상을 요구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