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빅딜=세대 간 갈등’ 우려, 청년+중‧장년 함께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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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에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세대 간 빅딜이 본격화하고 있다. 2100명이 넘는 중‧장년 은행원이 은행을 떠난 반면 청년층 2600명이 빈자리를 채웠다.

    명예퇴직이 청년 채용으로 이어지는 정부의 '세대 간 빅딜' 추진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은행권에서 지난해 희망퇴직을 했거나 올해 신청한 인력은 21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실시한 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직원과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중 597명이 회사를 떠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1964년생 직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400여명이 신청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초에도 470명이 회사를 떠났다.

    두 은행 모두 월평균 임금의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이 지급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총 230여명을 집계됐다.

    부지점장급(MA) 이상 일반직 중 1960년 이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차장 및 과장급(4급) 이하 일반직, 무기계약인력, 관리지원계약인력은 1964년생을 대상이다. 신청자의 최소 근속연수는 지난해 말 기준 15년 이상이다. 퇴직자는 출생연도 등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8~36개월치 특별퇴직금을 받는다.

    신한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는 2015년 이후 200여명, 190여명, 280여명, 700여명이었다. ‘1978년생 이전’으로 범위를 확대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통상 200명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에 이미 진입한 직원과 1966년 이전 출생 부·점장급, 1965년 이전 출생 팀장·팀원급 직원 등 21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은 결과 600여명이 신청했다.

    퇴직자에게는 21∼39개월치 특별퇴직금, 자녀학자금 지원금, 재취업 지원금을 준다. 지난해는 407명이 퇴직했는데 올해가 대상자(1966년생 새로 포함)가 더 많고 퇴직금 조건도 좋다.

    KEB하나은행도 임금피크제 진입을 앞둔 1964년생 직원 약 330명을 대상으로 16일까지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또 금융노조 산별교섭으로 올해부터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가 1년 늦춰진 점을 감안해 기존 임금피크제 대상인 만 55세도 퇴직 신청이 가능하다.

    퇴직자에게는 임금 약 31~36개월치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자녀 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도 지급된다. 은행권 퇴직자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퇴직금은 통상 3억원 안팎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연말‧연초에 2100여명을 내보낸 반면 지난해 청년층 2600명을 뽑았다. 신한은행이 예상보다 많은 900명을 채용하면서 은행권 채용시장에 훈풍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은행은 415명, 우리은행은 750명, KEB하나은행은 500명을 채용했다.

    이러한 세대 간 교체 분위기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임금이 높은 중장년 근로자를 직장 밖으로 내몰았기 때문인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빅딜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실장은 "은행권 경영환경 악화로 중장년층 퇴직을 통해 인위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는데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년이나 중장년 모두 채용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수명이 늘어난 상황에서 중장년층의 퇴직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쌓아온 노하우와 전문성이 유용하게 쓰이고, 책임과 권한을 조화롭게 펼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겨나야 한다"며 "핀테크 확산과 디지털화로 변화무쌍한 금융산업에 중장년층이 도태되지 않고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